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현존하는 잔무늬거울 가운데 가장 정교한 <정문경(精文鏡)>

튼씩이 2015. 12. 12. 20:3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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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2. 11.



1978년 4월 8일치 대전일보에는 다뉴세문경 곧 잔무늬거울 출토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 대흥면 동서리 산 5-2번지에서 세형동검 9점과 검파동형기, 잔무늬거울 5점등이 발굴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유물을 발견한 사람은 밭의 흙을 30센티 파내자 판석이 세워진 형상으로 있는 장방형의 석관이 있었는데 이를 드러내니 위 출토 유물이 나왔다고 말했지요.

이곳에서 출토된 잔무늬거울은 정문경(精文鏡)이라고 하는데 철기시대에 나타난 청동거울입니다. 잔무늬거울의 뒷면에는 거울을 멜 때 사용하는 고리인 "뉴"가 2∼3개가 있습니다. 이것은 앞 시대에 있던 거칠게 무늬를 새긴 거울(거친무늬거울)에 견주어 작은 삼각형을 기본으로 하여 기하학적 무늬를 세밀하게 새긴 것이 특징이지요.

국보 제141호로 지정된 이 잔무늬거울은 지름 21.2㎝로 뉴가 2개이며 내구(內區), 중구(中區), 외구(外區)로 3등분 되어있습니다. 이는 구마다 작은 삼각형 무늬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세밀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외구에는 동심원 무늬가 2개씩 짝을 지어 균형 있게 8개를 배치하였고, 주석이 많이 들어가 빛이 잘 반사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정문경은 현존하는 잔무늬거울 가운데 가장 크며, 가장 정교하게 무늬를 새긴 것으로 우리나라 초기철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현재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옛 얼레빗 (2011-12-14)


2216. 간결하고 미끈한 다리의 나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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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얹어 나르거나 방에 놓고 식탁으로 쓰는 상(床)의 종류를 소반(小盤)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통집에서는 부엌과 밥을 먹는 방이 떨어져 있었고 식기는 무거운 놋그릇이나 사기그릇을 썼습니다. 따라서 소반은 나르기 쉽게 가볍고 튼튼한 나무를 사용하여 만들었지요. 그 소반은 모양과 만드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나주와 통영 그리고 해주반이 유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통영반은 통영 특산물인 자개를 썼고, 해주반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조각을 했지요. 그에 견주어 나주반은 장식이나 화려한 조각을 자제하여 ‘간결하고 미끈한 다리’와 ‘견고함’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소반을 만들 때는 최소 10년 묵은 나무를 써야 합니다. 우리 전통 목공예는 나무의 진을 빼야 하는데 사람도 성질이 안 죽으면 살인도 나고 하듯이 나무도 성질이 안 죽으면 변형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진을 빼려면 나무를 베어다가 자연건조를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만든 소반에 옻칠을 해서 완성합니다. 나주반은 행자목과 춘양목이 가장 좋은 재료로 사용되었으며, 나무무늬를 살리려고 느티나무를 사용하기도 하였지요.

전남 나주시 죽림동에는 지난 12월 5일 전남 무형문화재 제14호 김춘식 선생의 ‘전수교육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 전수교육관은 나주반(盤) 제작기능 보존 교육 따위를 위한 것입니다. 전수교육관 내부는 다양한 나주반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과 기능보유자의 작업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시연실, 체험실, 작업실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한옥 구조를 재현한 전시실에서는 나주반과 전통가구, 각종 나주목물(羅州木物)의 전시·판매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 교육관은 구 나주역사와 나주학생 독립운동 기념관, 청소년 수련관 맞은편에 개관돼 가족단위 체험학습 코스로 각광받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간결하고 견고한 아름다움의 나주반을 만나러 가실까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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