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출산 때에 지켜야 할 일이 적힌 <언해태산집요>

튼씩이 2015. 12. 23. 18:50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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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2. 18.





조선시대에는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비롯하여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의방유취(醫方類聚)》,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같은 많은 의학서적들이 편찬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조 41년(1608)에 임금의 건강과 병을 돌보던 어의(御醫) 허준(1546∼1615)이 왕명에 따라 한글로 번역하여 내의원에서 훈련도감자로 펴낸 보물 제1088-2호 《언해태산집요(諺解胎産集要)》도 있습니다. 이 책은 출산에 관한 증세와 약방문을 적은 의학서적이지요.

이 《언해태산집요》는 자식 구하여 낳는 방법으로부터 시작하여 임신 중의 여러 증세와 약방문, 출산 때에 지켜야 할 일과 금기일 따위를 적어 놓았습니다. 책 끝에는 간행기가 있고 표지 뒷면에는 내사기(內賜記, 임금이 신하들에게 책을 내리면서 쓴 언제 누구에게 무슨 책을 주었는가에 대한 기록)가 있지요. 이 책은 선조 41년 당시 대사성인 김륵에게 하사한 것인데, 보존상태가 불량하여 여러 겹으로 겹쳐 붙였지요.

허준 선생은 선조 7년(1574) 의과에 급제하여 이듬해 내의원의 의관이 되었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임금을 모시고 의주까지 피난을 갔으며, 그 공을 인정받아 공신으로 추대되었으나 중인신분에 과하다는 여론이 일자 취소되었지요. 그 유명한 《동의보감》은 그가 관직에서 물러난 뒤 16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한 한의학의 백과사전격인 책이며, 허준 선생은 이밖에도 중국의 의학서적을 한글로 번역하는 데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옛 얼레빗 (2011-12-19)


2218. 혹독한 겨울 ‘낙복지’로 만든 누비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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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지방의 시소(試所, 과거를 치르던 곳)에서 보내온 낙복지(落幅紙)를 지금 서쪽 변방에 내려보내야 하겠습니다만, 겨울철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에 헐벗은 백성이 옷을 만들어 입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모든 벼슬아치에게 낙복지를 나누어 준 다음 옷을 만들어오도록 하여 변방에 보내도록 하소서.” 위 내용은 인조실록 19권, 6년(1628) 9월 17일 자 기록입니다,

낙복지란 과거 시험을 본 뒤 나온 불합격된 답안지를 말하는데 왜 변방에 보내라 했을까요? 예전 솜옷을 지을 때는 옷감과 옷감 사이에 솜을 넣고 꿰맸습니다. 이때 무턱대고 솜만 넣어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솜이 옷감 안에서 뭉치고 아래로 처집니다. 이를 막으려고 실로 듬성듬성 누비지만 이것으로 솜이 뭉치는 것을 막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낙복지를 활용하면 촘촘하게 누비지 않아도 솜이 미끄러지고 분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온 효과를 낼 수 있지요.

이는 닥나무 섬유가 여러 갈래로 켜켜이 얽혀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확실하게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낙복지는 솜을 둔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솜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옷감 사이에 닥종이로 만든 과거시험장의 낙복지를 대고 누벼 만든 옷으로 혹독한 겨울을 살아 냈으니 여간 요긴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낙복지로는 승려들이 입는 납의를 만들기도 했으니 솜과 옷감이 귀한 시절 과거시험 낙방지인 낙복지는 단 한 장도 버릴 것 없는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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