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국악기 박
천명이 처음부터 돌보시어
훤하게 드러난 덕음 영세토록 전하였도다
상하 좌우에 신께서 충만하게 유동하사
공덕과 위용이 밝게 빛나도다
변두가 아름답고 예식이 정연하니
억만 년토록 많은 복 내리시도다
이는 종묘제향(宗廟祭享) 때 쓰이는 악장으로 <숙종실록>7년(1681)에 만든 천명지곡(天命之曲)에 붙인 시입니다. 대제학 이민서가 지었고 이 때 곡을 연주하는 데 쓰이는 국악기는 아쟁, 장고, 피리, 해금 따위의 20여가지 입니다만 연주을 시작 할 때 쓰이는 중요한 악기가 있으니 그것이 곧 박(拍)이지요. 박은 많은 국악기 가운데서도 연주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국악기의 종류는 '대금'과 같은 관악기인 공명악기(共鳴樂器), 가야금처럼 줄을 울려 소리른 내는 현명악기(絃鳴樂器), 꽹과리 같은 쇠, 돌, 나무, 흙으로 만든 타악기인 체명악기(體鳴樂器), 북처럼 가죽을 사용한 피명악기(皮鳴樂器) 따위로 나뉩니다. '박'은 체명악기에 속합니다. 여섯 조각의 단단한 판자 쪽에 구멍을 두 개씩 뚫어 한데 묶어서 양손으로 잡아 벌렸다가 급속히 모음으로써 맑은 충격음을 냅니다. 신라 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에 고루 쓰였으며, 문묘제례악과 같은 아악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박이 한 번 울리면 시작이요, 세 번 울리면 끝을 뜻합니다. 궁중무용에서는 춤의 대형이 바뀔 때 또는 춤사위의 변화를 지시할 때 한 번씩 칩니다. 박을 치는 사람을 집박(執拍)이라고 하며, 서양음악의 지휘자와 같지요.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박은 힘찬 새해를 열기에 제격입니다. 탁! 타그르르르......, 박 소리를 들으며 힘차고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해봄은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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