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월 26일 -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이야기 셋, 다산 정약용의 자식 사랑

튼씩이 2018. 1. 26. 16:32

“너희들의 편지를 받으니 마음이 놓인다. 둘째의 글씨체가 조금 좋아졌고 문리(文理)도 향상되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덕인지 아니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덕인지 모르겠구나. 부디 자포자기하지 말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 부지런히 책을 읽는 데 힘쓰거라. … 내 귀양살이 고생이 몹시 크긴 하다만 너희가 독서에 정진하고 몸가짐을 올바르게 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리면 근심이 없겠다.… 종놈 석(石)이가 2월 초이렛날 되돌아갔으니 헤아려보건대 오늘쯤에야 집에서 편지를 받아보겠구나. 이 달을 맞아 더욱 마음의 갈피를 못 잡겠구나.”


- 1801. 2. 17.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한 유배지에서 다산은 492권이라는 엄청난 책을 펴내면서도 자녀교육에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유배 18년 동안에 다산은 두 아들과 100여 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끊임없이 가르친 것입니다. 조선 시대 대학자들의 자식교육법은 바로 편지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국 철학의 큰 봉우리인 퇴계는 편지를 아들 준에게 613여 통, 손자 안도에게 125통의 편지를 썼고 아들과 손자, 후손에게 무려 1,300여 통의 편지를 썼지요.


명문가의 자녀로 키우고자 한다면 이 시대 사람들도 써볼 만한 것이 편지 아닐까요? 부모님이 직접 손으로 구구절절이 써내려간 편지를 읽는 자녀는 부모의 사랑과 세상 살아가는 법을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은 말보다 가슴속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할 수가 있기에 어쩌면 효과적인 자녀 교육법의 하나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