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월 27일 - 옛사람들에겐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있었습니다

튼씩이 2018. 1. 27. 13:44

우리 겨레에겐 음식 금기가 있었습니다. 조선 말기 1809년 빙허각(憑虛閣) 이 씨가 엮은 일종의 여성생활백과인 《규합총서》에는 “돼지는 머릿골을 버리고, 꿩의 꼬리가 손에 쥐지 않을 정도이거든 먹지 말며, 닭의 간을 먹지 말 것” 등이 보입니다. 같은 책에 음주 금기도 있는데 막걸리를 먹고 국수를 먹으면 기운 구멍이 막히고, 술을 먹은 뒤 찬물을 마시면 찬 기운이 방광에 들어가 치질이나 당뇨병이 생긴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 밖에도 민간에서 전해지는 금기로는 귤과 털게, 뱀장어와 식초, 개고기와 마늘, 돼지고기와 감, 돼지고기와 우렁이, 미나리와 닭고기를 함께 먹으면 서로 좋지 않은 기운이 작용하여 원래 음식이 지닌 영양가를 파괴할뿐더러 나쁜 결과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음식 궁합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 피해야 할 자세에도 신경을 쓰도록 했는데 성종의 어머니 소혜왕후가 펴낸 《내훈(內訓)》에 보면 “임신부가 밥상을 받으면 밥상의 모서리에 앉지 않고, 한가운데에 앉아 몸가짐을 단정히 하며, 구부려서 먹지 않는다. 또 반듯하게 썰지 않은 것은 먹지 않는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약 먹을 때의 금기도 있는데 고려시대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는 약을 먹을 때 익히지 않은 것, 찬 성질의 것,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금하라고 합니다. 음식 금기란 음식물 상호작용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되는대로 먹지 말고 항상 바른 먹을거리를 생각하도록 반듯한 마음가짐을 지니라는 뜻도 들어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