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진정 놀 줄 알았고 놀 수 있었던 옛날 아이들

튼씩이 2016. 1. 13. 15:34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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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 13..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 거리다 잠이 든다."

위 글은 1935년 12월 잡지 《조광》에 백석이 발표한 작품입니다. 시인이 명절날 ‘여우난골’에 있는 큰집에서 있었던 모습들 특히 아이들이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게 놀이하던 모습이 토속적이면서도 서정적인 표현을 통해 질박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 지금은 잊힌 아이들의 많은 놀이들을 얘기합니다. 쥐잡이, 굴금막질(숨바꼭질), 꼬리잡이, 장가가는 놀음은 물론 바리깨돌림(주발 뚜껑을 돌리며 노는 놀이), 호박떼기(말타기와 비슷한 놀이), 제비손이구손처럼 지금은 잘 알지 못하는 놀이들이 소개됩니다.

이렇게 예전 아이들은 신나게 놀면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온통 공부에 찌든 나머지 도무지 놀이를 할 여유가 없습니다. 놀이운동가 편해문 선생은 글항아리에서 나온 《놀이로 본 조선》이란 책에서 “10년 동안 아시아의 아이들을 만나러 다녔지만 아이들이 바쁜 것으로 치기는 대한민국이 으뜸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도무지 놀지 못하고 지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무척 안쓰럽다고 얘기하지요.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고 하는데 놀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은 도무지 사회성을 기를 수 없고 그것이 사회생활에서는 큰 어려움으로 다가설 테인데 어디 아이들을 해방시킬 방법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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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32 >

332. 일본의 독서광 다치바나다카시의 독서법



“책을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마라 / 하나의 주제에 대해 책 한권으로 다 알려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 마라 / 책을 읽는 도중 메모하지 마라 / 남의 의견이나 안내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마라 /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마라 / 읽다가 중단하기로 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아라 /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이는 일본 지식인의 거장이라는 다치바나 다카시(立花 隆, 1940~)의 독서법 가운데 일부이다. 다치바나는 어릴 때부터 책벌레로 학교 도서관 책을 다 읽어 버린 뒤에는 시립도서관과 현립도서관에서 문학 서적 대부분을 읽었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고서점 안내지도를 들고 다니며 고서점가를 이 잡듯이 뒤져 싼 책을 사 모으며 독서를 이어 간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80권의 책을 쓴 그는 1권의 책을 쓰는데 적어도 100권의 책을 읽고 정보를 수집해야한다고 했다. 그의 책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청춘은 길어도 아프지 않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등 한국어로 번역 된 것이 꽤 많다.

물론 다치바나의 독서법 가운데 '책을 읽는 도중 메모하지마라.'는 말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의 경우는 "모름지기 뜻을 강구하려고 고찰하여 그 정미한 뜻을 깨달으면 깨달은 바를 수시로 기록해야 실제의 소득이 있다."고 할 정도로 '메모'를 중시한 사람도 있기에 말이다. 책을 읽으며 메모를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는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독서를 얼마나 하느냐 인 것 같다.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라."고 다치바나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당부를 하고 있다. 어디 독서가 젊은이에게만 해당 되는 것이랴! 새해 1월도 어느새 중반이다. 독서에 대한 각오를 했다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돌아 볼 일이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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