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2월 5일 - 설풍습 셋, 윷놀이

튼씩이 2018. 2. 5. 12:52

동방의 풍속이 예로부터 세시를 중히 여겨


흰머리 할아범, 할멈들이 신이 났네

둥글고 모난 윷판에 동그란 이십팔 개 점

정(正)과 기(奇)의 전략전술에

변화가 무궁무진하이

졸(拙)이 이기고 교(巧)가 지는 게

더더욱 놀라우니

강(强) 삼키고 약(弱)이 토함도

미리 알기 어렵도다

늙은이가 머리를 써서 부려볼 꾀를 다 부리고

가끔 다시 홀려 보다 턱이 빠지게 웃노매라


고려 말 학자 목은 이색이 쓴 <목은고>에 나오는 시입니다. 이웃 사람들의 윷놀이를 구경하면서 쓴 시로 윷놀이는 고려 시대에도 많은 사람이 즐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목은은 윷놀이를 두고 “변화가 무궁무진하다”라고 표현합니다. 또 “졸이 이기고 교가 진다”고 하여 서툰 사람이 이기고, 노련한 사람이 지는 게 놀랍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윷놀이를 오랫동안 해왔던 늙은이가 아무리 머리를 써서 온갖 꾀를 다 부려보아도 지기도 하는 것이 윷놀이로, 턱이 빠지게 웃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윷놀이는 늙은이가 잘한다는 법도 없으며, 어린아이가 이길 수도 있어서 식구 모두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입니다. 요즘은 윷가락을 사람으로 하는 ‘인간 윷놀이’, 말판 몇 곳에 ‘임신’ 또는 ‘풍덩’ 자리를 정하는 훨씬 재미있는 윷놀이로 발전했습니다. 명절엔 식구들이 모여 윷놀이 한 판 신나게 놀면 좋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