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라는 독특한 세시풍속이 있습니다. 적선공덕행은 입춘이나 대보름날 전날 밤에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일 년 내내 액을 면한다는 풍속이지요.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건너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놓는다든지,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 일 따위를 실천하는 것이지요. 특히 이 적선공덕행은 아무도 몰래 해야 하는데, 나중에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적선공덕행을 했는지 심판받는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아홉차리라는 풍습도 있습니다. 글방에 다니는 아이는 천자문(天字文)을 아홉 번 읽고, 나무꾼은 아홉 짐의 나무를 하며, 노인은 아홉 발의 새끼를 꼽니다. 계집아이들은 나물 아홉 바구니를, 아낙들은 빨래 아홉 가지를, 길쌈을 해도 아홉 바디를 삼고, 실은 감더라도 아홉 꾸리를 감지요. 또 밥을 먹어도 아홉 번, 매를 맞아도 아홉 번을 맞았습니다. 아홉 번 한다는 뜻은 우리 조상이 ‘9’라는 숫자를 가장 좋은 양수(陽數)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홉차리가 지니는 뜻은 꼭 아홉 번을 해야 한다기보다는 각자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해서 그동안 부족했던 것들을 보충하고 새롭게 일머리를 잡아가자는 뜻이 담긴 것이지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이웃에게나 자신에게 덕이 되는 삶을 살라는 조상의 슬기로움이 입춘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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