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2월 11일 - 우리는 500여 년 전부터 한겨울에 채소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튼씩이 2018. 2. 19. 16:54

《성종실록》 13권, 2년(1471) 11월 21일자에 “장원서(掌苑署)에서 영산홍 한 분(盆)을 올리니, 임금이 ‘꽃과 열매는 각각 그 시기가 있는데, 제때에 핀 것이 아닌 꽃은 인위적인 것으로 내가 좋아하지 않으니 앞으로는 바치지 마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록은 겨울에도 인위적으로 꽃을 기르는 온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조선 시대 초기 의관(醫官)이었던 전순의의 요리책이자 종합농업서적인 ≪산가요록 (山家要錄)≫에는 동절양채(冬節養菜, 겨울에 채소 키우기) 항목에 온실 건축에 관한 기록이 나옵니다. 기록을 보면 남쪽을 제외한 삼면을 진흙과 볏짚으로 만든 흙벽돌로 벽을 쌓고, 바닥은 구들로 하고 그 위에 30cm 정도의 배양토를 깔았으며 45°로 경사진 남쪽 면은 창살에 기름 먹인 한지(韓紙)를 붙여 막았습니다. 유럽 최초의 난방온실인 독일 하이델베르크보다 무려 170년이나 앞선 세계 최초의 난방온실이 500여 년 전 조선 땅에 있었지요.


이보다 후대의 이야기지만 1670년(현종 11)에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도 겨울철에 새싹 채소를 길러 먹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에서는 “마구간 앞에 움을 파고 거름과 흙을 깔고 신감채(辛甘菜), 산갓(山芥), 파, 마늘을 심고 그 움 위에 거름을 퍼부으면 움 안에 생긴 열로 땅속 싹이 자라는데, 이것을 겨울에 썼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곧 안동 장씨가 겨울에 봄나물 맛을 느끼려고 특별히 기른 나물이지요. 요즘 새싹채소가 부쩍 인기를 끄는 모양입니다만 우리 겨레는 새싹 잎이 몸에 좋은 것을 일찍부터 알았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