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초이렛날은 ‘이레놀음’이란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풍습은 친한 이웃끼리 쌀을 성의껏 거두어 모둠밥을 해먹고, 윷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모둠밥이란 여자들이 아침부터 쌀자루를 메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생활 정도에 따라 쌀을 거두어들여 지은 밥입니다. 거둔 쌀 중에 밥할 것만 남기고, 모두 팔아 김, 조기 등 반찬거리를 사고 술도 조금 마련합니다. 그렇게 하여 동네 어른들에게 바치고, 이웃끼리 오순도순 한 자리에서 밥을 나눠 먹지요.
옛날에 살기가 어려운 서민들은 명절이나 제삿날이 아니면 쌀밥은 물론 별다른 반찬 한 가지 제대로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하루라도 어른을 즐겁게 해드리려는 배려에서 생긴 풍속이 이레놀음이지요. 이처럼 우리 겨레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겨울철 들짐승을 위해 까치밥이라 해서 감나무 가지에 열린 감 여남은 개를 남길 줄도 알았습니다.
또한 ‘고수레’라는 풍습도 있었는데 땅의 신에게 음식을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신한민보》 1917년 3월 15일 ‘고시네(쇽칭 고슈레)’라는 제목으로 “농부들이 들에셔 밧갈다가 점심을 먹게 되면 반다시 만져 한 슐을 떠 던지며 빌어가라대 ‘고시네’ 하나니 이는 단군 때에 고시가 밧일을 맛하 백셩을 심으난 것을 가라친고로 후인이 그 근본을 닛지 안이하야 몬져 졔사함이니라”는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고수레는 지금부터 100여 년 전만 해도 밭두렁에 앉아 점심 먹을 때도 행하던 나눔의 아름다운 풍습입니다. 지금은 이런 풍습과 더불어 이레놀음이라는 말조차 생소하지만 산천초목과 날짐승에게조차 베풀려 했던 조상의 따듯한 마음만은 오래오래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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