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는 유랑민족인 집시가 있는데 이들은 보통 대장장이, 거간, 마술사, 점쟁이, 악사 따위로 생활한다고 합니다. 조선 시대에도 유랑민인 풍각쟁이가 있었습니다. 이들 풍각쟁이는 돌아다니며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해 얻는 수입으로 생활을 하는데 고려 중기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악기는 해금, 가야금, 피리, 퉁소, 북 따위를 쓰며, 삼현육각(三絃六角)인 피리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이 각각 하나로 편성되는 풍류로 치기도 합니다. 또 판소리를 하거나 검무, 법고춤 등을 추기도 했지요. 이들은 여럿이서 무리를 지어 풍악을 울리면서 판놀음을 하기도 했으며, 퉁소잽이, 해금잽이로 독립하여 한 명 또는 두 명씩 짝을 이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2월은 혹독한 날들입니다. 추위가 이들의 주린 배를 더욱 주리게 하기 때문이지요.
일종의 유랑악단인 풍각쟁이는 일제강점기인 1938년 가수 박억별(박향림, 1921~1946)이 ‘오빠는 풍각쟁이’를 불러 세상에 다시 부각됩니다. 정착하기 어려운 유랑극단의 서글픈 삶을 대변하듯 그는 25살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합니다. 비록 떠돌이 삶을 살다 갔지만 풍각쟁이는 음악을 사랑하며 그 어느 곳에도 매이지 않고 살다간, 어쩌면 진정한 우리 시대의 예술가였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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