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옛날 서양의 연금술사도 그렇고 가끔 TV 화면을 장식하는 사기꾼들도 그런 류지요. 이런 사람은 조선시대 경종 때에도 있었습니다. 이태화라는 사람이 현학도사를 자처했는데 호랑이가 나오던 심산유곡 속리산 석굴에서 왔노라며 사람들을 홀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둔갑술에 능하고, 100리 밖의 사실을 능히 알아내며, 귀신을 부려서 어떤 물건이든 가져올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를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자기를 따르던 사람들 가운데 관리로 있던 이에게 관리의 도장이 찍힌 종이를 십여 장 받아 공명첩을 만든 것입니다. 임진, 병자 양란 이후 나라는 모자라는 재정을 보충하려고 이름은 적혀 있지 않고 별장이란 벼슬 이름만 적힌 둔별장첩, 곧 공명첩을 돈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당시 돈은 많은데 명예를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공명첩은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갔다지요. 현학도사는 은화를 도술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공명첩을 가짜로 만들어 마구 팔아넘겼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것은 들통 나고 현학도사는 물론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60여 명이나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많은 사람이 숨지게 됩니다. 종이로 은을 만든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남을 속이고 일확천금을 꿈꾸던 현학도사의 헛된 꿈은 이로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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