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2월 17일 - 정월대보름 풍습 셋 -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월견상극

튼씩이 2018. 2. 19. 16:57

짚을 한줌 쥐고 나이 수대로 묶었다


열두 줄이었을 게다

형들이 달을 보고 소원을 빌라 했다

망설이다 달집만 타들어 갔다

덩그마니 뜬달

빌어볼 소원도 없던 그때 그 형들

지금 육십 줄에 뜬

저 달 보고 있을까?


김광인, ‘달집태우기’


이 시를 보니 그때 형들 따라 뒷동산에 올라 달집을 태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저녁 밥술을 뜨는 둥 마는 둥 뒷산으로 올라가서 둥그런 대보름달이 떠오르기 전 지푸라기로 옛적 달걀꾸러미 엮듯 달집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밤새 달집을 태우며 놀았지요. 그때 달집이 훨훨 타면 집안이 평안하고 마을이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이때에 아낙들은 소원을 적은 종이나 입고 있는 새 옷의 동정을 떼어 달집에 태우면서 자신의 액이 없어지기를 빌기도 했지요.


요즈음은 지방마다 마을단위로 달집태우기 행사를 합니다. 마치 캠프파이어처럼 말입니다. 나무로 틀을 엮고 짚을 씌운 달집을 마을 동산에 세우지요. 영주의 무섬마을 같은 곳은 냇가 모래사장에 세우기도 합니다. 형태는 지방에 따라 약간씩 다르나 대개 간단한 구조로 한쪽 면만을 터놓고 다른 두 면은 이엉으로 감쌉니다. 터놓은 쪽을 달이 떠오르는 동쪽으로 향하게 하고, 가운데 새끼줄로 달 모양을 만들어 매달고는 달이 솟아오르는 것을 처음 본 사람이 불을 댕겨 달을 향해 절을 하고 태우지요. 전라도 지방에서는 대나무 매듭을 태워 폭죽소리같이 툭툭 소리가 나도록 했는데 이는 잡귀와 액을 쫓기 위함입니다.


이에 앞서 정월 대보름 전날에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붙이고 돌아다니며 노는 놀이도 있었는데 이를 쥐불놀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밤에 아이들이 기다란 막대기나 깡통 불을 담아 줄에 매달아 빙빙 돌리며 노는 모습은 인상적이지요. 이를 서화희, 쥐불놓이라고도 했습니다. 쥐불은 논과 밭의 해충을 태워 없애 주어 한 해 농사를 준비하고 새 출발을 다짐했던 조상의 슬기가 담겨 있는 놀이입니다.


특이한 풍속으로는 월견상극(月犬相剋)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이는 달과 개가 상극이란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정월 대보름날엔 개에게 온종일 밥을 주지 않거나 혹은 저녁밥 한 끼를 주지 않습니다. 옛사람들은 개에게 밥을 준다는 것은 여자의 본질인 음의 에너지원을 개에게 빼앗기는 것으로 보았으며 월식(달가림)조차도 개가 달을 먹었기 때문이라 여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