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님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십여 년간 머슴살이 하도 서러워 진달래꽃 안고서 눈물집니다.
머슴살이의 고달픔을 나타낸 이흥렬(1900~1980)의 ‘바위고개’ 가사입니다. 이런 머슴살이는 누가 하는 것일까요? 《세종실록》 25권(1461)을 보면 ‘외롭고 가난한 사람으로 의탁할 곳이 없어서 혹은 남의 고공(雇工)이 되는 자’란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고공’이란 오늘의 ‘머슴살이’를 말합니다.
머슴은 부잣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까닭으로 죽어라 궂은일을 도맡아야 했지요. ‘새경’이라 해서 주인이 주는 약간의 수고비가 있긴 했지만 그들의 고단한 삶을 오늘의 우리가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머슴들의 노고를 알아 주고 이들의 수고를 위로하려고 음식을 대접하며 즐기도록 해주었는데 이날이 노비일 또는 머슴날입니다. 머슴들은 가을걷이가 끝난 겨울 동안에는 크게 힘든 일 없이 지내지만 2월부터는 서서히 농사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고된 일이 시작되기에 앞서 머슴들을 하루 쉬게 하여 즐겁게 놀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날 머슴들은 풍물굿을 울리며 노래와 춤으로 하루를 즐기는데, 주인들은 머슴들에게 돈을 주어 쓰도록 합니다.《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많은 노비를 거느린 부잣집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세웠던 볏가릿대를 내려서 그 속에 넣었던 곡식으로 떡과 음식을 장만하여 머슴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머슴날은 평소에 대접받지 못했던 머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행사로 그해의 농사에 전념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여는 농경의례의 하나였습니다. 일을 호되게 시키고 월급은 거의 안 주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이들의 노고를 생각해주는 ‘머슴날’은 그래서 뜻 깊은 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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