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아침, 아기를 점지하고 산모와 아기를 돌본다는 세 신령, 곧 삼신할머니에게 그동안 무탈하게 돌봐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보살펴달라는 뜻으로 삼신상을 차려드립니다. 아기에게도 무병장수하라고 목에 명주실 타래를 걸어주기도 하지요. 또 이날은 백일떡을 친척과 이웃에 돌렸는데 100명과 나눠 먹어야 아기가 명(命)을 사서 백수(百壽), 곧 오래 산다고 믿었습니다.
백일떡으로는 백설기, 수수팥떡, 인절미, 송편을 씁니다. 이때 백설기는 장수를 뜻하고 정결, 신선함을 나타낸 것이며, 수수팥떡은 부정을 막는다는 뜻이 있지요. 또 인절미는 찹쌀로 만들어 차지고 단단하기에 끈덕지고 여물기를 비손하고, 송편은 속이 꼭 차라는 뜻을 담아 속을 넣은 것과 속이 넓으라는 뜻을 담아 속을 넣지 않는 것 두 가지로 만듭니다.
요즈음은 집에서 떡을 거의 하지 않고 떡집에 맞추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머니가 집에서 손수 떡을 만드셨습니다. 이런 떡 만드는 일은 손자가 태어나도 여전하셨는데 팔순 나이에도 여러 손자의 백일떡을 손수 만드셨지요. 백일 되는 아침에 팥을 삶아 계피를 내시고 찹쌀가루로 한 입 크기의 동그란 알심을 만들어 펄펄 끓는 물에 삶아내어 팥고물이나 수수고물을 알맞게 묻혀놓았는데 어머니 곁에서 하나둘 받아먹던 조카들 백일떡은 세상에서 먹어본 떡 가운데 가장 맛나는 것이었습니다. 백일떡이 예전에 비해 가짓수도 많고 화려해지긴 했지만 만든 이의 정성으로 친다면 할머니나 어머니의 정성만 한 것도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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