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술은 참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제가 그 맥을 끊어 잊힌 것들이 많지요. 그러나 곳곳에 전승돼 오는 것들이 그나마 남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향온주(香醞酒)도 바로 그 가운데 하나인데 서울무형문화재 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특히 향온주는 임금이 마시고 신하에게도 내렸던 술로 유명합니다. 사온서라는 관청에서 궁중 어의들의 관리 아래 술을 빚어 대궐 안으로 들여보냈던 술입니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인현왕후가 폐비가 되어 사가에 갇혔다가 복위되어 환궁하려 할 때 일어설 수가 없었는데 대궐에서 가지고 온 향온주를 마신 뒤 기운을 차렸다고 하지요. 이후 인현왕후 외할머니 집안인 하동 정 씨 가문에 전해 내려와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겼다가 1988년 고 정해중 선생이 재현했습니다.
향온주는 ≪규곤시의방≫, ≪고사찰요≫, ≪요록≫ 같은 고문헌 열세 군데에 나옵니다. 이 술의 특징은 바위틈에서 나오는 석간수(石間水)만을 쓴다는 점입니다. 차맛과 술맛은 물이 좌우 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물은 예전부터 까다롭게 골랐지요. 여기에 원료로 쓰는 녹두는 차게 해서 빚기에 일반 술과는 달리 술이 익는데 적어도 여섯 달 이상 걸립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우리의 술로 손님접대를 해보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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