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뒷간을 맡는 귀신인 변소각시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지방에 따라 측신(厠神), 칙간조신, 부출각시, 칙시부인, 칙도부인이라고 하며, 젊은 여자귀신이라고 생각했지요. 이수광의《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매달 6일, 16일, 26일에 측신(廁神)이 뒷간을 지키는 날이므로 뒷간 출입을 삼가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를 지키려면 음식도 적게 먹어야 했겠지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송자대전(宋子大全)》을 보면 자고신(紫姑神)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고라는 여인은 남의 첩이 되었는데 그 정실부인의 시기를 받아 늘 측간 청소하는 일을 하다가 그만 죽게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를 측신(厠神)이라 부르며 그 신이 영험하다 하여 그가 죽은 1월 15일 측간에 제사하고 모든 일을 점쳤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이 측신각시는 머리카락이 길어서 그것을 자기 발에 걸어놓고 세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사람이 뒷간에 올 때 자기를 놀라게 하면 그 머리카락을 뒤집어씌우는데 그러면 그 사람은 병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밤에 뒷간에 갈 때는 헛기침을 한다고 하지요. 강원도에서는 뒷간을 지으면 길일 밤을 택해서 뒷간에 불을 켜고, 그 앞에 음식을 차린 다음, 측신부적을 써놓고 제를 지냈습니다. 오늘은 26일, 예전 같으면 뒷간에 변소각시가 있어 마음대로 화장실을 못 다닐 일이지만 시대가 바뀌니 측신각시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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