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로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 《춘향전》은 그 속에 허구가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찾아보겠습니다. 먼저 이도령이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암행어사로 나간다는 대목입니다. 원래 과거에 급제하면 종9품의 벼슬을 받고 장원급제를 하면 종6품의 벼슬을 받습니다. 장원급제를 하면 동기생보다 보통 4~5년 앞서 나갑니다. 그런데 암행어사로 나갈 수 있는 것이 종6품부터니 자격은 되지만 암행어사는 임금이 비밀리에 지시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자리이므로 임금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신하를 내보내는 것이 순리입니다. 따라서 이제 갓 과거에 급제한 새내기를 암행어사로 보내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또 하나는 이도령이 남원에 파견된다는 것이 허구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상피제(相避制)가 엄격히 적용되어 자신의 출신지에 암행어사로 파견되지 않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연고지역에 나가 안면이 있는 벼슬아치들의 청탁을 받는다면 공정하게 일을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이 상피제는 부정과 청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조선 시대 내내 지켜졌습니다. 특히 암행어사의 파견지를 결정할 때는 추생(抽栍)이란 엄격한 추첨 제도를 적용했는데 이는 곧 제비뽑기입니다. 그런데 춘향전의 배경인 조선후기 온 나라의 군현은 400여 개로 이도령이 남원으로 암행어사를 떠나는 것은 1/400이란 확률에 따라 극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춘향전은 어디까지나 소설이기에 이도령이 남원으로 어사 출도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옛 소설에서 허구를 찾아보는 것, 재미있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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