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잘 드는 양지쪽 깨끗한 곳에
아버지 항아리 놓아 주시고
어머니 구수한 메주 쑤어 깊은 맛 우리신 곳
할머니 정화수로 기도로 익어가는 장
낮에는 햇님이 밤에는 별님이 놀다 가는 곳
뒤란 장독대 위 맴도는 고추잠자리
최순분,‘장독대’
장 담그기는 음력 정월 그믐이 좋다고 전해지지만 <산림경제>에는 우수 전후하여 담근 장맛이 좋다 했습니다. 그러나 사정에 따라 2월장, 3월장을 담을 수 있으며 기온의 차이에 따라 늦게 담글수록 소금을 더 많이 넣어야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담근 장은 정갈한 장독대에 놓인 옹기그릇에서 익어갑니다.
예전엔 집집마다 뒤란 한편에 장독대가 있었습니다. 시골집 어머니가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장독대 항아리를 어루만지며 깨끗이 닦아주시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옹기 항아리는 된장의 발효를 돕지요. 옹기 항아리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곳곳에 동그란 조직, 곧 숨구멍이 보입니다. 장독을 날마다 닦아주는 것은 숨구멍을 터주는 일입니다. 어머니가 아침마다 정성스럽게 장독을 보살핀 까닭은 식구의 건강을 챙기는 사랑이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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