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순(竹筍)은 대나무의 땅속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어린순을 말합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처럼 봄비가 촉촉이 온 이후에 쑥쑥 자라는 죽순은 그 맛이 부드럽고 순해 선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죽순 맛을 못 잊은 평양감사가 한겨울에 죽순을 구해오라는 명령을 내리자 하인들이 대바구니를 삶아 올렸다는 이야기가 있다지요.
‘대나무밭 세 마지기면 부럽지 않은 부자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대나무는 담양의 주요 농산물입니다. 담양은 5월에서 7월 사이에 무척 바쁜데 바로 죽순을 거두기 때문이지요. 이 시기에 비라도 한번 내리고 나면 죽순 크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 하는데, 많이 자랄 때는 하루 최대 150센티미터까지 자란다고 하지요.
여름철에 쑥쑥 크는 이 죽순이 한겨울에 나올 수 있을까요? 일제강점기 무렵엔 나라가 흉흉해서인지 12월 26일에 경북 칠원 지방에서 죽순이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1938년 겨울에는 여러 농가에서 죽순이 자랐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하고 있습니다. 60 평생 그런 희한한 일은 처음 본다며 동네 노인들은 불길한 징조인지 좋은 징조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는 기사지요.
죽순으로 만드는 음식은 죽순나물, 죽순물김치, 죽순냉채, 죽순회, 죽순구이, 죽순장아찌, 죽순주, 무죽순말이 따위가 있습니다. 통통하고 껍질에 솜털이 많고 이삭 끝이 노란 것, 뿌리 사마귀는 작고 검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이 죽순을 제대로 고르는 비법입니다. 죽순은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예방에 좋은 음식이지만 평소 설사를 자주 하거나 몸이 찬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죽순에는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좋고, 대장암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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