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골무를 낀다
오늘은 무얼 만들까
바늘귀 껴주며
가만히 바라본다 할머니 손을
할매가 신들린 듯 하늘 높이
바늘을 뽑았다
할매는 칼잡이 무당
신굿 한바탕에
동생 입을 개구멍바지 하나 뚝딱
오호 할매는 신굿 무당
최용희, ‘개구멍바지’
눈이 어두운 할머니 곁에서 바늘귀를 끼워주며 할머니의 개구멍바지 만드는 모습을 바라다보는 귀여운 손자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예전에 ‘개구멍’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개구멍은 담이나 울타리 또는 대문 밑에 개가 드나들도록 터진 작은 구멍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개구멍에 덧붙인 개구멍바지. 개구멍받이, 개구멍서방 같은 재미있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개구멍바지는 오줌이나 똥을 누기에 편하도록 밑을 터서 만든 대여섯 살 어린 아이들이 입던 한복바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튼 구멍을 개구멍에 비유한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이 개구멍바지와 비슷한 풍차바지도 있습니다. 뒤가 길게 터지고, 그 터진 자리에 풍차(좌우로 길게 대는 헝겊조각)을 달아 만든 바지입니다. 이 밖에 갓난아이가 입는 두렁이와 봇뒤창옷, 배냇저고리(깃저고리)도 있었는데 특히 아래를 터서 입힌 것은 통풍을 고려한 어머니의 사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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