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6월 4일 - 옹기는 그릇뿐만이 아니에요

튼씩이 2018. 6. 4. 10:01

옹기(甕器)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 쓴 것으로 짐작되는 우리의 독특한 그릇입니다. 옹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합니다. ‘사람의 손길조차 닿지 않았던 것 같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성이 있다’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옹기는 깨지면 바로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나는가 봅니다.



옹기는 숨구멍 역할을 하는 원형조직이 공기 중에서 젖산균과 대장균을 억제하는 기공을 끌어들이기에 김치를 오래 저장해주는 그릇으로 쓰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옹기는 술을 발효시키는 그릇부터 간장, 된장을 담는 장독, 물독, 떡시루 따위의 커다란 그릇은 물론 뚝배기, 종지 등의 작은 그릇, 굴뚝, 촛병, 등잔, 기와, 주전자, 소줏고리(소주를 내리는 데 쓰는 재래식 증류기), 장군(물, 술, 간장, 똥, 오줌 등 액체를 담아서 옮길 때 쓰는 그릇)으로 다양하게 써왔습니다. 이런 좋은 그릇, 옹기는 어떻게 유통되었을까요?


지금은 옹기 전문점도 있고 대형 마트에 가면 소품 정도야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예전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1925년 6월 4일자 《동아일보》에는 ‘남자 일곱 명이 옹기 장사하는 시골여자를 방에 가둬두고 윤간(輪姦)했다’라는 큼지막한 기사가 눈에 띕니다. 남편이 있는 스무 살의 앳된 아낙 김이순은 생활고를 해결하려고 옹기장사 길로 나섰습니다. 일제강점기 여인의 피폐한 삶이 느껴지군요. 그날도 여인은 옹기를 팔러 나가 충북 청주의 민도식이란 사람 집에서 옹기를 사준다는 말을 듣고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하고 맙니다. 가녀린 여인의 등에 업혀 기구한 사연을 담은 옹기. 옹기는 조선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그릇이었으며 삶의 애환이 묻어 있는 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