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무덤 앞 장명등에 난 창, 땅과 해와 달을 상징

튼씩이 2016. 2. 3. 20:32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다른 얼레빗 모두 보기

단기 4349(2016). 2. 3.



왕릉 등 귀한 사람의 무덤 앞에는 혼유석(魂遊石, 무덤의 혼이 나와서 놀게 하는 돌)이 있고 , 무덤 앞 양옆에는 망주석(望柱石, 돌로 만든 기둥)이 있으며, 석호(돌로 된 호랑이), 석양(돌로 된 양), 석마(돌로 만든 말), 문석인(문관-文官 모양의 돌), 무석인(무관 모양의 돌) 따위가 있습니다. 그밖에 “장명등(長明燈)”이란 것도 있는데 묘역에 불을 밝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려는 뜻이 담겨 있지요. 이 장명등은 고려 말에 처음 보이는데, 조선시대에 와서는 일품 이상의 재상 묘역에만 세울 수 있었으므로, 묻힌 사람의 신분을 상징하는 표시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장명등 가운데는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보물 제1323호 “파주 공효공 박중손묘 장명등(坡州 恭孝公 朴仲孫墓 長明燈)”도 있지요. 이 무덤의 주인 박중손(1412~1466)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대사헌, 병조참판 같은 여러 벼슬을 지냈으며, 특히 천문을 관찰하는데 뛰어난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종을 몰아내고 김종서를 제거하여 수양대군이 임금이 되도록 한 계유정난의 일등공신이었지요.

이 장명등의 앞면과 뒷면 화창 모양은 네모났으나 동쪽 화창은 동그랗고, 서쪽 화창은 초승달모양으로 되었지요. 이때 네모난 것은 땅(地)을, 동그란 것은 해(日)를, 초승달 모양은 달(月)을 각각 상징합니다. 또 정경부인 무덤 앞의 장명등은 박중손 무덤 앞 장명등보다 전체적으로 가늘고 긴 모양을 하고 화창은 4면 모두 네모나게 해 서로 비교가 되지요. 이 박중손묘역 장명등은 특수한 수법과 형태로 매우 희귀한 예여서 역사적, 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
< 일본이야기 335 >

한일 두 나라, 두루미를 어떻게 사랑했나?



학을 일본말로는 츠루(tsuru)라고 한다. 이 말은 한국말 두루미(turumi)와 유사한 말로 한국어 어원설이 있다. 한자로는 두 나라가 모두 학(鶴)을 쓰지만 고유어는 각각 츠루와 두르(두루미)로 발음한다.

두루미는 예부터 한일 두 나라 모두 길조(吉鳥)로 여겨왔는데 한국에서는 고려청자를 비롯한 병풍, 흉배, 민화, 촛대, 소반, 그릇, 연하장과 같은 일상용품에 두루미가 새겨져있으며 일본 또한 기모노를 비롯하여 오비(띠), 보자기, 예물 장식, 우표 등 자질구레한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두루미가 쓰인다.

인천의 문학산, 청학, 송학, 임학, 학익처럼 두루미 학(鶴)자가 붙은 땅이름이 많이 있듯이 일본에도 두루미 학자가 들어가는 땅이름도 많고 가고시마현(鹿島)에는 철도역 이름에 츠루마루(鶴丸) 역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름에도 학(鶴)자는 많이 쓰이는데 역사인물로는 풍신수길의 장남이 츠루마츠(鶴松)라고 일본 위키는 소개하고 있다. 이름에 츠루(鶴)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성씨에 츠루(鶴)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츠루마루(鶴丸)씨가 그런 경우다. 그런가하면 일본의 성(城)이름에도 츠루마루성(鶴丸城)이 있다.

또한 일본의 국적기인 JAL의 심벌마크에도 학이 그려졌으며 기업 이름 가운데도 츠루마루(鶴丸)백화점, 츠루마루(鶴丸)해운이 있는가 하면, 츠루마루(鶴丸)고등학교도 있다.

두루미는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길조로 여겨 왔으며 부채, 달력, 필통, 안경집에도 두루미 무늬가 널리 쓰인다. 이러한 두루미의 나라별 이미지에 관한 흥미로운 전시회가 인천관동갤러리에서 설 명절을 맞이하여 열린다. 한번 시간을 내어 들리면 한중일의 두루미에 관한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점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한중일 길상吉祥의 이미지 - 두루미] 전
2016년2월5일~3월20일 금토일 10:00~18:00 개관
*인천과 두루미의 인연
*지리산 청학동~푸른 학의 유토피아
*중국 우한~황학루, 노란 학의 전설
*슬프고 아름다운 일본 민화 [두루미 아내]
*두루미가 등장하는 속담 이모저모
*한국의 십장생 이야기
*일본 전통무늬 학의 가문 등

기억과 재생의 전시공간
인천관동갤러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 38 (관동2가 4-10) 전화 032-766-8660
http://www.gwandong.co.kr/ 메일 gwandong14@gmail.com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59yoon@hanmail.net)

소장 김영조 ☎ (02) 733-5027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5가길3-1. 영진빌딩 703호
koya.egreennews.com, pine996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