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봄을 불러오는 얼음새꽃, 복수초라 부르지마

튼씩이 2016. 2. 14. 11:2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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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2. 5.



“모진 겨울의 껍질을 뚫고 나온 / 핏기 어린 꽃의 날갯짓을 봐 / 햇살 한 모금에 터지는 신(神)의 웃음을 / (중간 줄임) 모두들 봄이 아니라 할 때 / 어둠 속 깨어나지 않는 벽을 넘어 / 나긋나긋 세상을 흔들고 있구나 / 낙엽더미의 굳은 목청을 풀어 / 마른 뼈들 살아 굼틀하는 소리 / 산을 들어 올리는 저 생기를 봐.”

한현수 시인은 얼음새꽃(복수초)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모두들 봄이 아니라 할 때 나긋나긋 세상을 흔들며 꽃을 피는 얼음새꽃에는 산을 들어 올리는 생기가 엿보입니다. 아직 꽃샘추위가 오는 봄을 시샘하고 있지만 얼음새꽃은 그 추위를 밀어내고 있습니다. 어서 봄이 왔다고 얼음새 꽃이 그 작은 몸짓을 더 살랑살랑 흔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매화보다도 더 일찍 눈을 뚫고 꽃소식을 전하는 얼음새꽃입니다.

그런데 이 얼음새꽃을 복수초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예쁜 꽃에 웬 원한이 있다고 복수?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닙니다. 원한을 갚는 복수(復讐)가 아니라 복수(福壽) 곧 복과 목숨을 뜻하는 것으로 일본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따라 부르는 것입니다. 예쁜 우리말 이름을 놔두고 일본식을 따라 부르는 것은 큰개불알꽃, 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 갈고리 따위가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오랫동안 써왔으니까 그대로 불러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말로 된 예쁜 꽃이름을 놔두고 일본말을 굳이 쓰려는 것은 민족의식이 없는 탓일 것입니다.

옛 얼레빗 (2012-02-07)


2248. 귀여운 토끼가 받치고 있는 “청자투각칠보문뚜껑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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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믄해의 고요 품은 / 은은한 미소
법당안을 가득 채운 / 부처님 미소처럼
번잡한 마음 내려놓고 / 온몸을 다 태워
너에게 눕는다 - 이은진 '향로' -

나쁜 냄새를 제거해주는 향은 마음의 때를 말끔히 씻어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불교의식에 향이 쓰이게 되면서 다양한 향로가 만들어집니다. 향로는 크게 모양새로 보아 손잡이가 있는 병향로(柄香爐)와 손잡이가 없는 거향로(居香爐)로 나눕니다. 향로의 재료는 금속이나 도자기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나 상아나 유리로 된 것도 있지요. 1993년 12월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에서 발굴된 향로, 익산왕궁리 5층석탑에서 발견된 향목,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유향(儒香)·향목편(香木片)·심향편(心香片) 따위로 보아 일찍부터 우리나라에도 향이 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도자기로 된 향로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국보 제95호 “청자투각칠보문뚜껑향로”는 그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여기서 투각(透刻)이란 도자기를 뚫어 모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 섬세한 기교가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 청자향로는 고려 전기의 것으로, 높이 15.3㎝, 대좌지름 11.2㎝의 크기입니다. 향로의 맨 아래에 보면 귀가 쫑긋한 귀여운 3 마리의 토끼가 등으로 떠받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달나라 토끼를 떠올리며 만든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달 속의 토끼는 여러 문학 작품에도 나오지만 인류가 달을 정복한 이후에도 여전히 아련하면서도 신성한 동물로 비치고 있습니다. 고려장인이 만든 청자향로를 보면서 그들의 예술과 신앙을 되새겨보게 됩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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