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21. 쇠뿔로 만든 아름답고 화려한 화각공예품

튼씩이 2016. 2. 14. 11:28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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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2. 11.



화각(華角)은 쇠뿔을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을 말하며, 이것을 써서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화각공예, 그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을 화각장이라고 합니다. 화각공예는 재료가 귀하고 공정이 까다로워서 많이 만들 수 없었으므로 높은 양반들의 기호품이나 애장품에 주로 이용되었습니다. 화각공예는 회화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으며, 나전칠기(螺鈿漆器)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고유의 전통왕실공예일뿐 아니라, 동양공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이한 공예이지요.

화각공예로 만든 것들을 보면 보석함, 경대, 반짇고리, 참빗, 바느질자, 실패, 장도 같은 여성들이 주로 쓰는 소품들이며, 드물게 2, 3층의 버선장, 머릿장이나 사방탁자, 경상(經床)도 보입니다. 무늬는 장수를 비손하는 글자나 각종 상징물·자연물 따위를 조각하였습니다.

화각공예 작품으로 오래 된 것을 꼽으라면, 신라에서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일본 쇼소원(正倉院) 소장 바느질자[침척, 針尺]과 경주의 제155호분에서 나온 백화수피제서조도채화판(白樺樹皮製瑞鳥圖彩板)은 화각제품의 일종으로 추정됩니다. 화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세계 유일의 공예분야로서 1910년대에 양화도(楊花渡, 현재 서울 망원동)에는 60여 호의 화각공방이 있었다고 하지요. 지금 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 화각장(華角匠) 기능보유자는 이재만 선생입니다.

옛 얼레빗 (2012-02-08)


2249. 목멱골(남산)의 최고 독서광 이덕무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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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木覓山:남산) 아래 치인(痴人)이 있다”로 시작하는 책 ≪간서치전(看書痴傳)≫을 아십니까? 이 책은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李德懋)가 쓴 것입니다. 이덕무는 선비의 윤리와 행실을 밝힌 《사소절(士小節)》은 물론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71권 33책 외에 많은 책을 펴낸 학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간서치전≫에서 목멱산 아래 치인(바보)이 있다고 하여 자신을 독서에 미친 매니아 곧 “독서광(讀書狂)”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덕무는 ≪간서치전≫에서 “그의 전기를 쓰는 사람이 없어서 붓을 들어 이 책을 썼는데 그의 이름은 기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제는 자신의 얘기를 쓴 것이라고 하지요. 이덕무는 “오직 책 보는 즐거움에 추위와 더위, 배고픔도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쓸 정도로 책에 빠져 살았습니다. 역시 이 책에서 그는 “집안사람들은 그의 웃음을 보면 그가 기서(奇書, 기이한 내용의 책)를 구한 줄 알았다.”라고 할 정도로 그때 최고의 독서가였지만 며칠씩 굶기가 예사였습니다.

중국의 시성(詩聖) 두보가 뛰어난 문장가이면서도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것처럼 이덕무도 임금의 친족은 물론 뛰어난 학식을 가졌지만 서자(庶子)였기에 참 어렵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늘 소매 속에 책과 필묵을 넣어 다니면서 보고 듣고 생각나는 것을 그때그때 적어두었다가 책을 쓸 때 참고하였는데 특히 시문에 능해 규장각 경시대회에서 여러 번 장원을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이덕무는 이렇게 책을 좋아했기에 훗날 정조임금이 규장각 검서관에 특채하기도 했지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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