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23. 하늘소를 실에 꿰어 놀리는 원숭이

튼씩이 2016. 2. 15. 08:10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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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2.. 15.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리는 <간송문화전> 5부 “화훼영모_자연을 품다”전에 다녀왔습니다. “화훼영모화(花卉翎毛畵)”란 모든 동식물들을 소재로 하는 그림을 일컫는데 전시된 그림들 가운데는 표암 강세황의 <향원익청(香遠益淸: 향기는 멀수록 맑다)>와 단원 김홍도의 <황묘농접(黃猫弄蝶: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 화재 변상벽의 <자웅장추(雌雄將雛: 암수탉이 병아리를 거느리다> 같은 것들이 눈에 띄었지요.

그런데 그 어떤 그림보다도 제 발길을 오래 잡아두는 것은 조선후기 선비화가 취은(醉隱) 정유승(鄭維升, 1660~1738)의 <군원유희(群猿遊戱, 뭇 원숭이들이 장난치다>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여덟 마리 원숭이가 각자의 모습으로 서로 어울려 놉니다. 어떤 놈은 제 머리를 긁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사타구니를 벌리거나 남의 머리를 만지고 제 발가락을 만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둘이 어울려 곤충 하늘소를 실에 꿰어 놀리기도 하는데 원숭이 얼굴 표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림 윗부분에 쓴 제사(題辭)를 보면 친구인 김보택(金普澤)과 몇 달을 함께 지내다 헤어진 뒤에 그림을 그리고 옛사람의 시 한 수를 적어 보낸다고 하였습니다. 시구 가운데 원숭이 얘기가 나오기는 하나 그림과 직접 관계는 없는 듯하고 그저 벗과 즐기던 옛날을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으로 보입니다. 정유승은 조선후기 대표적인 문인화가 가운데 한 사람인 심사정(沈師正)의 외종조부(외할아버지의 형이나 아우)로 이긍익의 역사서 《연려실기술》 별집에 따르면 포도ㆍ인물그림에 능하였다고 합니다. 원숭이해 화훼영모전에 가서 원숭이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고, 강세황의 <향원익청>을 보면서 연꽃의 향기에 취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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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말 시조 250>

첫 꾀꼴



어디서 결잠 자곤 이곳에 나타나나

네 한 소리 온 메가 웃으며 싹 돋우니

흐르는 가람에 얹혀 누긋누긋 봄은 오네

.

* 결잠 : 겨울 잠, 동면

.

재일본 한국문인협회 회장 김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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