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7월 23일 - 염소뿔이 녹는 대서

튼씩이 2018. 7. 23. 09:19

24절기의 열두째인 대서(大暑, 큰 더위)는 일 년 가운데 가장 더운 때입니다. 대서를 셋으로 나눠 초후(初候)에는 반딧불이가 반짝거리고, 중후(中侯)에는 흙이 습하고 뜨거워지며, 말후(末候)에는 때때로 큰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더위가 심해져 불볕더위, 찜통더위라고 하는데 밤에도 열대야 현상이 일어나며 더위 때문에 “염소뿔이 녹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또 예전에 대서가 낀 “삼복(三伏)에 비가 오면 대추나무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고 걱정했지요. 그뿐만 아니라 《중종실록》에는 세자의 사부가 한추위, 한더위라면 공부를 좀 늦춰도 되지 않겠느냐고 임금께 아룁니다. “강독(講讀)은 다 3일에 한 차례 하나 한추위, 한더위라면 3일을 넘기더라도 무방합니다”라고 아뢸 정도로 궁궐에서도 한더위, 곧 대서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나 봅니다.

 

1932년 7월 24일 《동아일보》 대서 기사를 보면 ‘더위가 머리를 드는 소서부터 16일째인 대서는 더위가 들어갈 처서까지 앞으로 31일이나 남았는데 하늘은 납덩이 같은 구름으로 덮여 있고 삶는 듯 쪄대는 수은주는 오르고 올라 정오에는 섭씨 39.9도를 가리켰다’는 글이 보입니다. 공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당시의 여름 더위도 가히 살인적인 더위였던 듯하지요. 이러한 무더위 속에 소나기가 한바탕 내리면 마당엔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져 버둥거리는 미꾸라지들이 눈에 띄는데 이를 잡아 추어탕을 해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했습니다. 더울수록 땀으로 손실된 열량을 신경 써야 할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