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특히 장마철에는 습기가 많아 곰팡이가 스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햇볕이 내려쬐는 날이면 이부자리며 옷가지들을 내말리느라 집 안팎은 온통 빨래로 덮여 있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조선왕조실록>은 통풍이 잘 되는 사고(史庫)에 보관이 되어 안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의 관리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태종실록》 23권(1412)에는 “포쇄별감(曝曬別監)으로 하여금 찾아내어 싸 가지고 와서 전악서(典樂署)의 악보(樂譜)를 참고하게 하소서”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여기서 ‘포쇄별감’이란 사고(史庫)에서 서적을 점검하여 축축한 책은 바람을 쏘이거나 햇볕에 말리던 일을 맡아보던 별감(別監)을 말합니다. 아예 별감을 두어 관리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실제로 책 말리는 일은 누구의 책임 아래 했을까요? 그냥 포쇄별감이나 아랫사람들이 아무렇게나 했을까요? 아닙니다.
<중종실록> 25권과 36권에는 “외방 사고(史庫)의 거풍(擧風)하는 일을 외방의 겸춘추(謙春秋)로 하게 하려 하시나 외방 겸춘추는 사관(史官)이 아닙니다. 사국(史局) 일에 이런 발단을 열어놓으면 사국 일이 가벼워지게 될까 싶습니다.” 라는 좀 특이한 상소가 보입니다. 책을 말리는 것쯤은 아무나 할 것 같아도 상소문에는 ‘아무나 하면 안 되며 꼭 사관이 하도록 해달라’고 간언하여 임금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왕조실록>의 거풍인 포쇄는 사관들의 엄격한 관리하에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처럼 철저한 관리가 있어 실록은 오늘날 세계에 유례없는 문화유산으로 남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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