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8월 1일 - 연주자와 청중이 하나로 녹아드는 풍물굿에 빠져봅니다

튼씩이 2018. 8. 1. 13:56

언젠가 시골의 추수감사제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나하게 풍물판은 돌아가고, 아주머니들은 양동이에 담긴 막걸리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몇 순배가 돌아가자, 사람들은 모두 흥에 겨워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제게 와서는 징을 치라는 것입니다. 그때까지 저는 풍물악기를 직접 쳐본 적이 없었기에 손사래를 쳤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아무나 할 수 있다며, 걱정하지 말고 두드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술김에 풍물꾼들을 따라가며, 징을 쳤습니다. 풍물악기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는 징을 친 것입니다.


걱정과 달리 풍물판은 깨지지 않았으며, 아무도 잘못 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마냥 흥겹게 돌아갔습니다.

 

이게 바로 풍물놀이의 매력이며, 서양문화와는 다른 우리 문화의 매력입니다. 서양음악의 오케스트라는 한 사람만 틀려도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풍물놀이는 모두가 흥겨운 모습으로 하나가 되면 됩니다. 이렇게 풍물놀이는 연주자와 청중이 따로 없이 연주자가 청중이 되기도 하며, 청중이 연주자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풍물놀이는 모두가 ‘하나 되기’를 즐기는 예술이자 놀이입니다.

 

그 풍물놀이를 사물놀이와 혼동해서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풍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자막은 ‘사물놀이’였지요. 하지만 풍물놀이는 선반이라고 하여 서서 연주를 하며, 무동과 잡색이 있어 진법짜기, 상모돌리기, 자반돌리기 같은 놀이(연희)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신 ‘사물놀이’는 풍물놀이를 서양무대화한 것으로 앉은반인데 무대에서 앉아서 꽹과리, 장구, 징, 북의 사물로 연주를 하며, 놀이과정은 없습니다. ‘사물놀이’는 좁은 장소에서도 쉽게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그 속에 우리 문화의 기본 철학인 ‘더불어 나누는 것’이 녹아 있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면은 있지만 분명히 풍물굿과 사물놀이는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1988년 8월 1일은 임실필봉굿이 중요무형문화재 11-마호로 지정받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