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에는 시도무형문화재 6-3호 향토 술 담그기로 지정된 전통술 죽력고(竹瀝膏)가 전해집니다. 죽력고는 갓 베어낸 푸른 대인 청죽을 잘게 쪼개 불에 넣어 구워 스며나오는 진액, 곧 죽력을 소주에 넣고, 꿀과 생강즙을 넣어 끓는 물에다 중탕하여 빚는 술입니다. 죽력고는 대나무가 많은 전라도 지방에서 빚은 약용주로 한방에서는 어린이가 풍으로 갑자기 말을 못할 때 구급약으로 사용되었는데, 생지황, 계심, 석장포 따위의 한약재를 넣어 빗기도 했지요.
최남선의 <조선상식 문답>에서는 평양 감홍로(甘紅露), 전주 이강고(梨薑膏)와 함께 죽력고(竹瀝膏)를 우리나라 3대 명주로 꼽았으며 매천 황현의 <오하기문>에는 “전봉준이 전북 순창 쌍치에서 일본군에 잡혀 몹시 맞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서울로 압송될 때 죽력고를 먹고 기운을 차렸다”라는 기록이 있지요.
<동의보감>에는 죽력을 “사나운 중풍과 흉중대열, 번민과 갑자기 발병한 중풍으로 말미암은 실음불어, 담열혼미, 소갈(당뇨)을 다스리고 파상풍, 산후발령, 소아의 경간과 일체의 위급한 질병을 다스리며 생강을 써야 그 효능이 산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평소 반주로 식사 때 한 잔씩 곁에 두고 마셔도 좋은 술이 아닐까요? 약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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