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27. 오늘은 24절기 우수, 봉이 김선달이 활개 칠까?

튼씩이 2016. 2. 19. 08:05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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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2. 19.



“태산이 가로막힌 것은 천지간 조작이요
님의 소식 가로막힌 것은 인간 조작이로구나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리더니
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
차마 진정 님의 생각이 그리워 못살겠구나“

서북지방에 전해지는 민요입니다. 오늘은 저 민요 속 가사처럼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24절기 가운데 둘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란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겠지요. 꽁꽁 언 강물도 풀리는 것처럼 오늘 우수는 불편했던 이웃과 환하게 웃는 그런 날입니다.

예부터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합니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아직 쌀쌀하지만 봄은 이제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이때쯤 되면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물이라며 한양 상인들에게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4천 냥을 받고 대동강을 팔았다는 김선달이 생각납니다. 이제 대동강물도 풀리니 봉이 김선달이 활개 칠 날이 온 것일까요?

옛 얼레빗 (2012-02-21)


2256. 삼척 죽서루에 얽힌 옥봉 이씨의 슬픈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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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우리 임은 어찌 지내실꼬 / 달 밝은 창가에서 임 생각에 한이 많아 / 님 그려 오가는 꿈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 님의 집 앞 돌길이 반쯤은 모래로 변했을 것을”(近來安否問如何 / 月到紗窓妾恨多 / 若使夢魂行有跡 / 門前石路半成沙)

위는 삼척 죽서루(竹西樓)를 사랑했던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李玉峰)이 쓴 시 “몽혼(‘夢魂)”입니다. 이옥봉의 사랑은 조선과 중국을 넘나드는, 목숨보다 진한 그리움이 담겼지요. 그녀는 시에 능한 여성이었지만 첩의 몸에서 난 서녀 출신으로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를 지낸 조원(趙瑗, 1544∼1595)의 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첩으로 들어갈 때 다시는 시를 쓰지 않기로 했던 것이 화근이었지요.

우연한 일에 시 한 편을 썼다가 들켜 결국 남편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하여 쫓겨납니다. 그 뒤 그녀는 사랑을 되찾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지만 끝내 남편을 만날 수 없자 남편을 그리는 시를 기름 먹인 한지에 써서 몸에 두른 채 바다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그 주검이 중국으로 떠내려갔다가 관리가 건져 그 빼어난 시를 확인하고는 책으로 엮었지요. 훗날 조원의 아들이 북경에 사신으로 갔다가 이 시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삼척 ‘죽서루’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옥봉을 두고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許筠)은 ‘학산초담’에서 “그녀의 시가 몹시 맑고 강건해 아낙네들이 연지 찍고, 분 바르는 말들이 아니다.”라며 이옥봉의 시를 자신 누님의 시와 견주었습니다. 또 조선 중기 한문 사대가의 한 사람인 신흠(申欽)은 ‘청창연담’에서 “근래 규수의 작품으로는 이옥봉의 것이 제일이다. 고금의 시인 가운데 이렇게 표현한 자는 아직 없었다.”고 했지요. 그밖에 홍만종(洪萬宗)은 시평서인 ‘소화시평’에서 “(사람들이) 이옥봉을 조선 제일의 여류시인이라고 일컫는다.”고 적었습니다. 이옥봉은 첩으로 비운에 살다 갔지만, 많은 문학인은 그녀를 흠모했지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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