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굿에서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애처로운 소리를 내는 국악기, 태평소(太平簫)를 아시나요? 태평소는 풍물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가락을 부는 악기입니다. 국악기 가운데 목부(木部, 박, 어, 축처럼 나무를 재료로 하여 만든 악기)에 속하는 관악기인데 새납, 쇄납(瑣吶), 호적(胡笛), 날라리, 대평소, 소눌이라고도 하며, 나무로 만든 긴 관에 서(reed)를 꽂아서 붑니다. <악학궤범>에 당악기(唐樂器)로 소개되어 있는 태평소는 14세기 말에 중국에서 들어와 대취타(군대가 행진하거나 개선할 때, 능행에 임금이 성문을 나갈 때 연주하는 군악) 때 썼는데 현재는 불교음악, 풍물굿 따위에 쓰입니다.
<중종실록> 21권, 10년(1515)에는 “신 등이 길주(吉州)에 들어가, 북도로 가는 봉명사신(奉明使臣)이라 하고, 피리와 태평소를 불게 하면서 본부로 들어가 대청에 앉아, 통사(通事)로 하여금 망합을 불러, 잠시 만나본 후에 떠나려 한다고 말하게 하였더니 망합이 관대(冠帶)를 갖추고 왔습니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태평소의 강력한 소리는 잠자는 사람을 깨우고 길 가다 싸우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크고 우렁차서 예부터 태평소를 불면 세상이 두루 편안해진다고 했나 봅니다. 그 소리는 ‘세상의 한가운데-흙-황제(노랑)’를 뜻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풍물굿을 할 때 태평소가 없으면 맥 빠진 풍물이 됩니다. 이 가을, 예사롭지 않은 태평소 소리로 세상을 두루 평안하게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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