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32. 부처님 진신치아사리와 능파교, 십바라밀석주의 건봉사

튼씩이 2016. 2. 29. 15:50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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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2. 26.

강원도 고성에 있는 건봉사는 6·25전쟁 전까지는 31본산의 하나였으나,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신흥사(神興寺)의 말사입니다. 520년(법흥왕 7) 아도(阿道)가 창건하고 원각사라 불렀지요. 758년(경덕왕 17) 발징(發徵)이 중건하고 염불만일회(念佛萬日會:10,000일 동안 염불을 계속하는 모임)를 베풀었습니다. 여기에 신도 1,820명이 참여하였는데, 그 가운데 120명은 옷을, 1,700명은 음식을 마련하여 염불인들을 공양하였고 782년 염불만일회에 참여했던 31명이 아미타불의 은덕을 입어 극락왕생하였으며, 그 뒤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차례로 왕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컸던 절은 6·25전쟁 때 완전히 폐허가 되었는데, 당시까지 있었던 절집으로는 대웅전ㆍ관음전ㆍ사성전ㆍ명부전ㆍ산신각ㆍ범종각ㆍ낙서암ㆍ극락전 등 모두 642칸에 이르렀다고 하지요. 이때 불타지 않고 남은 것은 불이문이 유일한데 이는 현재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3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건봉사에는 임진왜란 때 왜구가 통도사에서 가져간 부처님 진신치아사리 12과가 있는데 임진왜란이 끝나고 사명대사가 일본에서 찾아와 건봉사에 봉안한 것이지요.

또 능파교를 건너면 대석단(大石壇)이 보이고, 대석단의 중앙통로 좌우로 높이 158cm 의 사각형 돌기둥 2기가 서 있습니다. 이 돌기둥에는 십바라밀(十波羅蜜)의 도형이 오목새김(음각)되어 있어, 이를 십바라밀석주라고 하는데 열 가지 기본수행법을 상징화 하여 나타낸 것입니다. 이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비록 조성연대(1920년)가 비교적 후대 것이지만, 시각적인 교육효과를 지닌 중요한 문화재지요. 그밖에 건봉사에는 아름다운 조선시대 무지개 돌다리 “능파교(凌波橋, 보물 제1336호)”도 있고, 50여 기에 달하는 부도밭, 큰 것은 한 가마(90kg)의 곡식을 찧었다는 큰 돌확, 만해 한용운 선사 시비, 사명대사상도 있어서 볼 것이 참 많은 절입니다.

옛 얼레빗 (2012-02-28)


2260. 사랑방에 꼭 있었던 선비의 벗 연상(硯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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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사극에 보면 정갈한 사랑방에서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글을 읽는 선비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때 선비가 책을 올려놓고 보는 앉은뱅이 책상을 서안이라 하고 그 옆에 벼루와 먹 그리고 붓을 보관하는 상자를 연상(硯床)이라고 합니다. 서안과 연상은 옛 선비들 사랑방에 꼭 놓여있었던 가구였습니다.

높이 16∼30㎝의 작달막한 연상은 윗부분에 뚜껑을 덮고 그 안에 벼루를 넣어 둡니다. 어떤 연상은 뚜껑이 없이 벼루를 바로 쓸 수 있게 해놓은 것도 있는데 이 이름은 따로 연대(硯臺)라 부르지요. 그리고 아래로는 서랍을 두어 붓이나 먹, 연적을 넣어두기도 합니다. 또 문갑이나 서안과 겸한 것들도 눈에 띕니다. 그밖에 벼루와 먹을 보관하는 작은 함이 있는데 이는 벼룻집[연갑(硯匣)]이라고 하지요.

재료로는 은행나무ㆍ소나무ㆍ먹감나무가 가장 많이 쓰였으며, 모과나무로 만든 투각장식의 연상과 나전칠기 연상은 매우 화려한 고급품입니다. 또한, 대쪽 같은 선비의 품격을 나타내는 대나무 연상도 많습니다. 벼루 10개와 붓 천 자루를 갈아치웠다는 추사 김정희와 왕희지(王羲之) ·안진경(顔眞卿)의 필법을 익혀 예서, 전서, 초서, 해서, 행서체에 모두 뛰어났던 한석봉은 아마도 이 연상이 귀한 벗이었을 것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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