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9월 6일 - 변소, 측간, 화장실, 뒷간, 해우소 ― 어떤 이름이 예쁠까요

튼씩이 2018. 9. 6. 09:41

지금은 화장실(化粧室)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 시골에서는 변소(便所)라는 말을 많이 썼으며 더러는 칙간, 측간, 뒷간, 똥둑간이란 말도 썼습니다. 《삼국유사》 권2 <혜공왕 편>을 보면 “7월에는 북궁(北宮)의 정원 가운데 먼저 별 두 개가 떨어지고 또 한 개가 떨어져, 별 셋 모두 땅속으로 들어갔다. 이보다 앞서 대궐의 북쪽 측간 속에서 두 줄기의 연(蓮)이 나고 봉성사(奉聖寺) 밭 가운데에서도 연이 났다”는 기록이 있는데 국역본에는 ‘측간’으로 번역했으나 원문에는 ‘측청(厠圊)’으로 되어있지요. 여기서 청(圊) 자는 ‘뒷간 청’입니다.



뒷간에 해당하는 한자 이름은 이 밖에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절의 해우소(解憂所)인데 바로 근심을 푸는 곳이란 뜻이지요. 또 서각(西閣), 정방(淨房), 청측(靑厠), 측간(厠間), 측실(厠室), 측청(厠靑), 회치장(灰治粧) 따위가 있습니다. 궁궐 내인들은 ‘급한 데’, ‘부정한 데’, ‘작은 집’이라고도 불렀습니다. 화장실의 우리말 이름은 뒷간인데, 순천 선암사에 가면 아담한 작은 집에 ‘뒤’라고 쓰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찌 읽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예전엔 글씨를 오른쪽에부터 썼기에 요즘 식으로 바꾸면 ‘뒤’이 곧 ‘뒷간’이지요.


우리 겨레는 화장실, 곧 뒷간을 단순히 버리는 곳이 아니라 자원순환의 개념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동범 씨의 《자연을 꿈꾸는 뒷간》을 읽으면 뒷간은 ‘음식→똥→거름→음식’이라는 전통적인 자연순환 방식을 일구는 중요한 자리라고 말합니다. 9월 6일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우리 뒷간의 효용성을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