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바라보는 팔월 보름달
今夜中秋月
만 리 구름 헤치고 두둥실 높이 솟았도다
高開萬里雲
먼 하늘 삽상한 기운 뻗쳐 나가고
遙空添爽氣
별들도 현란한 빛 감추었어라 列宿掩繁文
당초에 그 누가 섬토를 보았던가 蟾兎初誰見
산하대지 나뉠 만큼 낮처럼 맑은 것을 山河乍可分
초가에서 아무리 봐도 싫증은커녕 茅齋看不厭
서늘 바람에 달 그림자 어지러이 일렁이네 凉影坐紛紜
이는 조선 중기 문인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의 시문집 《계곡집(谿谷集)》에 있는 '한가위 보름달〔中秋月〕'이란 이름의 시입니다. 이 시에서 섬토(蟾兎)는 달 속에 있다고 하는 금두꺼비와 옥토끼로서, 달 표면에 보이는 검은 반점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예전부터 보름달을 보고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는 방아 찧는 상상만 해도 풍요로울 수 있었지요.
우리나라처럼 인도, 중앙아메리카에서는 달에서 토끼를 보았고, 유럽에서는 보석 목걸이를 한 여인의 옆얼굴, 책 또는 거울을 들고 있은 여인을 상상했다고 합니다. 두꺼비, 당나귀, 사자의 모습을 본 나라도 있습니다. 또 우리에게 보름달이 뜨는 날은 정월대보름과 한가위처럼 풍요로운 큰 명절이지만 서양에서는 주로 마귀할멈이나 늑대인간 같은 무시무시한 악령과 연관된 핼러윈데이로 귀신의 날입니다. 서양에서는 달의 정기를 받으면 미친다고 여겨 미친 사람을 '달의 정기를 받은 사람(lunatic)'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똑같은 사물을 놓고도 전혀 다른 문화가 생깁니다. 그래서 남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더불어 사는 평화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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