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秋分)은 24절기의 열여섯째로 양력으로는 9월 22~23일 무렵입니다. 춘분과 추분을 흔히 이분(二分)이라고 말하는데 하지 이후 낮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져 추분이 되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면 추분 이후부터 차츰 밤이 길어져 바야흐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옴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추분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추분의 낮과 밤이 길이가 같다는 것은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며 이는 지나침과 모자람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가운데에 덕(德)이 존재한다는 중용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추분에는 향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분의 들녘에 서면 벼가 익어 가는데 그 냄새를 한자말로 향(香)이라고 합니다. 벼 화(禾) 자와 날 일(日) 자가 합해진 글자지요. 한여름 해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벼는 그 안에 진한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처럼 사람도 내면에 치열한 내공을 쌓아갈 때 저 내면 깊이에서 향기가 우러나지 않을까요? 또한 이 무렵 들판에서 익어가는 수수와 조와 같은 곡식들은 강렬한 햇볕, 천둥과 폭우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입니다. 이렇게 추분은 중용과 내면의 향기와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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