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은 뒤에 먹는 속풀이 해장국에는 서울 청진동 선짓국, 전주 콩나물국, 섬진강변 재첩국, 충청도 내륙 올갱이국, 강원도 산간지방 북엇국 따위가 있습니다. 이 해장국들은 음주가무에 능했던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이 만들어낸 속풀이 음식입니다.
1929년에 나온 <별건곤> 24호를 보면 전주명물 ‘탁백이국’이 있는데 이것이 전주 콩나물국입니다. 끓이는 법은 이렇습니다.
콩나물을 솟헤 너코 (시래기도 죠곰 넛키도한다) 그대로 푹푹 살머서 마눌 양넘이나 죠콤 넛는다. 구수-한 냄새와 푸군히 더운 김이 쏘다져 나오는 목노 안에 들어서 개다리상 가튼 걸상에 걸처 안져 틉틉한 탁백이 한잔을 벌컥벌컥 드리켜고는 탁백이국 그놈 한 주발에 밥 한 술을 노아 훌훌 마시는 맛은 산해의 진미와도 박굴 수 업시 구수하고 속이 후련하다. 더구나 그 안날 밤에 한잔 톡톡히 먹고 속이 몹시 쓰린 판에는 이 탁백이국 외에는 더 덥허 먹을 것이 업다.
속풀이국으로 ‘콩나물만 한 것은 없노라’는 말이 이해가 될 듯합니다. 콩나물국은 알코올 분해 능력이 뛰어난 콩나물이 주재료로 숙취 해소 능력이 뛰어납니다. 재첩국이나 올갱이국에 들어가는 재첩과 다슬기 그리고 부추는 간 기능 보호에 좋다고 하며, 재첩은 민간에서 즙을 내어 황달치료에 쓸 정도로 훌륭한 음식재료입니다. 또 북엇국은 아미노산 성분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술독에 지친 간을 달래 줍니다. 선짓국에는 섬유소가 풍부한 우거지가 들어 있고, 이밖에 뼈다귀해장국, 부산의 돼지국밥, 북부지방의 순댓국밥도 좋다고 하지요. 술을 흠씬 먹어도 다음 날 다양한 속풍이 해장국이 기다리는 우리 겨레의 해장국 문화, 가히 자랑할 만합니다. 11월 23일은 경기미로 만든 떡과 술의 날이라는데 술을 마신 24일은 속풀이 음식의 날로 삼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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