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숲길은 언제 걸어도 좋습니다. 꽃피는 봄도 좋고 녹음 우거진 여름도 좋으며 낙엽 고운 가을 그리고 흰 눈 내리는 겨울에도요. 그때 상림은 우리를 기다립니다. 신라 진성여왕 시절,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 태수로 있을 때 인공으로 조성한 숲, 상림. 하지만 인공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은 즈믄 해의 세월도 세월이거니와 자연을 벗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빚은 소담스러운 정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상림숲은 소나무, 노간주나무, 개서어나무, 갈참나무, 느릅나무 따위가 골고루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조사된 식물은 총 91속 116종류입니다.
우거진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며 12살 때 당나라에 유학하여 서경(西京, 長安)에 체류한 지 7년 만인 18살 때 예부시랑에 장원으로 급제한 천재소년 최치원을 그려보는 것도 의미 깊을 것입니다. 귀국하고 보니 신라 말 조국현실에서는 자신의 개혁안이 실현될 수 없음을 비관하고 각지를 유랑하다가 가야산 해인사(海印寺)에서 여생을 마쳤다고 하는 최치원. 그러나 즈믄 해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림 숲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상림숲과 같은 마을숲은 마을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은 물론 생물의 다양성을 지켜주고 바람을 막아주며, 홍수를 예방해주기도 하지요. 대부분 마을 주변의 자연숲 형태로 남아 있는 마을숲은 현재 우리나라에 300~500여 곳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대부분 마을 들머리와 좌우 산줄기, 하천가, 바닷가 등지의 송림숲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천 년의 숲 상림에서의 약속은 천년'이라는 말처럼 고운 최치원 선생의 숲 사랑 정신은 배워도 또 배워도 모자랄 것입니다. 오늘은 1962년 상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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