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42. 앉은 채로 연주하는 국악기 “좌고”

튼씩이 2016. 3. 14. 20:01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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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3. 11.



김홍도(金弘道)의 “단원 풍속도첩” 가운데 <춤추는 아이>라는 그림을 보면 장고 1명, 피리 2명, 젓대 1명, 그리고 해금 1명과 함께 앉아서 북을 치는 사람도 보입니다. 이 북은 좌고(座鼓)라 하는데 궁중음악이나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삼현육각에 쓰였습니다. 앉은 채로 연주할 수 있도록 높이가 낮은 틀에 북을 매달아 놓고 칩니다. 좌고의 북통에는 용을 그리고, 북면에는 태극무늬를 그려 넣었지요.

좌고는 통일신라 때 관현악 연주에 편성되어 온 대고(大鼓)와 교방고(敎坊鼓)의 전통을 이은 것으로 궁중과 민간에서 잔치에 두루 쓰였습니다. 북을 나무틀에 매고 치면서 좌고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에서 펴낸 《악기도록(樂器圖錄)》에서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지요. 김홍도의 <춤추는 아이>말고도 조선시대 많은 그림들은 삼현육각에 편성된 좌고의 모양을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앉아서 연주하는 경우에는 북이 맨 왼쪽에 자리 잡고, 행진할 때는 반대로 북이 맨 뒤에 서도록 하는 악기 배열 순서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배치는 삼현육각 편성에 있어서 북이 중시되던 전통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 좌고와 함께 우리나라 북은 대략 20여 종이 있는데 그 가운데 약 10종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하며 오늘날에도 쓰는 북은 삼현육각 연주에 쓰는 "좌고", 행진 음악에 쓰는 "용고(龍鼓)", 북춤에 쓰는 "교방고", 불교 의식에 쓰는 "법고(法鼓)", 사당패나 소리꾼이 소리하며 치는 "소고(小鼓)", 판소리 장단에 쓰는 "소리북", 풍물굿에 쓰는 "매구북" 따위가 있습니다.

옛 얼레빗 (2012-03-14)


2269. 매화향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 밤새 지켜보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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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누각의 매화를 찾아가는 길 東閣尋梅逕
차가운 향기 이는 곳 외로워라. 寒香生處孤
두어가지 성긴 그림자 쓸쓸하고 數枝影苦
늙은 나무는 반쯤 말라있네. 老樹半身枯

아름다운 이에게 주고 싶지만 欲爲美人贈
맑은 이 밤에 사라져 버릴 것 같아 其如淸夜
깊이 읊조리며 우두커니 서 있노라니 沈吟佇立久
조각달이 성 모퉁이로 숨네. 片月隱城隅“

위 한시(漢詩)는 조선 선조 때의 시인 손곡(蓀谷) 이달(李達, 1539~1612) 선생의 문집 《손곡집(蓀谷集)》에 있는 <동쪽누각의 매화를 찾아서(東閣尋梅)>입니다. 시인은 매화를 찾아 나섰고 그곳에서 만난 차가운 매화향을 아름다운 사람에게 주고 싶지만 밤사이 사라져버릴 듯하여 그냥 우두커니 서 있다는 아름다운 시지요. 마치 매화향이 40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진동하는 듯합니다.

옛 선비들은 보통 문무를 겸비했기에 장군들도 시를 지을 줄 알았습니다. 을지문덕 장군의 <유수장우중문(遺隋將于仲文)>과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가(閑山島歌)>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선비들은 꽃 피는 봄날이나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엔 으레 산에 올라 시회를 가졌습니다. 그들은 시를 주고받으며 인생과 자연을 노래했습니다만 현대인들은 시를 짓지도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인들이 노래한 시집도 읽지 않지요. 시인들이 자신의 돈으로 시집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가면 이제 지상에서는 시집 한 권 구경하기 어려워 질 것입니다. 시를 읽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필요하지 않을까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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