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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식물들을 소재로 하는 그림 “화훼영모화(花卉翎毛畵)” 전시가 오는 3월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공민왕으로부터 신사임당, 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표암 강세황, 혜원 신윤복 같은 고려 말에서 조선말까지 500여 년 동안 당대를 대표할만한 화가들이 동식물을 소재로 그려낸 작품들이 전시돼 있지요.
이 전시회의 모든 작품들은 꼭 한번 봐야 하는 것들이지만 조선 중기의 서화가 창강(滄江) 조속(趙涑)의 고매서작(古梅瑞鵲, 늙은 매화에 앉은 상서로운 까치)은 특히 눈에 띕니다. 이 그림의 매화는 다른 매화도에 견줘 담백하면서도 세월의 깊이를 달관한 매화로서의 느낌을 잘 표현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까치의 묘사를 보면 담묵(淡墨, 엷은 먹)의 매화와 대비하여, 진한 먹으로 처리한 까치는 몇 번의 붓질로도 검은 깃털과 흰 깃털이 어우러진 형상을 정확하게 묘사해냈습니다. 길게 내린 꼬리는 매화가지처럼 곧고 굳세며, 빠른 붓질만으로도 깃털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전해주는 표현력이 대단합니다.
이 그림에서 늙은 매화나무 가지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서 먼 곳을 하릴없이 바라보며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늙은 고목의 둥치에서 새 가지를 돋아 꽃을 피우는 매화는 겨울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며,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이지요. 그래서 이 그림은 우리에게 고난과 힘든 시련을 견뎌 내고 기쁨을 맞이하라는 희망의 알림을 전해줍니다. 새봄 조속의 “고매서작 ”을 보면서 담담한 희망을 우리의 가슴 속에 채워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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