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2월 12일 - 즈믄 해의 세월, 진흙벌에서 얼굴 내밀었습니다

튼씩이 2018. 12. 14. 20:33



백제금동대향로

 
1993년 12월 12일 충남 부여 능산리에서는 긴급 발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초겨울 저녁 어둠 속에서 불을 밝혀가며 차가운 논바닥 진흙탕 속에 엎드려 일회용 종이컵으로 조심조심 물을 퍼내자 드러난 얼굴. 동아시아 최고의 향로라는 백제금동대향로였습니다. 이 향로가 발굴됨으로써 백제에는 화려하게 꽃핀 사비 시기의 금속공예 문화가 존재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향로는 봉황, 뚜껑, 몸체, 용좌 4단계로 구분됩니다. 몸체 뚜껑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 다섯 명이 있고, 그 아래 산봉우리 74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또 여의주를 물고 있는 사자, 원숭이, 코끼리, 멧돼지, 개, 뱀을 물고 있는 거북이 같은 65마리의 각종 동물상, 폭포, 불타는 모양의 무늬 같은 화려한 무늬도 백여 개 있습니다. 뚜껑 장식에는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편 채 날고 있으며, 받침대는 용이 승천하는 형상으로 몸통을 떠받치고 있지요.

 

이 향로에 향을 피우면 12개의 구멍을 통해 향이 피어오르는데 이는 매우 독창적인 발상입니다. 또한 1,300년 전 몸체와 봉황의 속을 공간으로 비워낸 밀납법과 아말감 도금법을 이용하여 찬란한 외관을 보여준 금도금술은 현대의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다는 평입니다. 진흙탕 속에 묻혀 있었기에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다는 대향로, 그 대향로가 세상에 다시 얼굴을 드러낸 12월 12일은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확인할 수 있어 우리 겨레에겐 기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