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2월 14일 - 중근아,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삶을 마감하거라

튼씩이 2018. 12. 14. 20:40

“아들아


옥중의 아들아

목숨이 경각인 아들아

칼이든 총이든 당당히 받아라

 

이 어미 밤새

네 수의 지으며

결코 울지 않았다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지어니

 

비굴치 말고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이윤옥 시인이 여성 독립운동가 20인을 그린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에 있는 시의 일부로, 시인이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의 심정이 되어 쓴 것입니다. 1910년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가 일제의 관동도독부지방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날입니다.

 

세상의 어떤 어머니가 목숨이 위태로운 자식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러나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자식이 사형선고를 받았음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이, 왜놈 순사를 호령하며 당당하게 삶을 마감하라고 얘기하면서 마지막 면회를 사절합니다.

 

1910년 3월 26일 10시 4분, 아들이 처형된 뒤에도 조마리아 여사는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정부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합니다. “이등박문은 수많은 한인을 살해하였는데 안중근이가 이등박문 1인을 죽인 것이 무슨 죄요, 일본 재판소가 각국 변호사를 불납(不納)한 것은 무지가 극함이다.” (대한매일신보, 1910년 3월 2일 기사) 신문들이 연일 안중근의 죽음을 애도할 때 조 마리아 여사는 슬픔을 삭이고 묵묵히 독립운동을 하다 삶을 마쳤습니다. 아들 안중근의 불굴의 정신은 어머니에게서 비롯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