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2월 11일 - 하늘에 제사를 드리던 날을 기억합니다

튼씩이 2018. 12. 14. 20:30

"임금이 면복(冕服)을 갖추고 환구단(圜丘壇)에 올라 제사를 지내기를 의식대로 하였다. 호천 상제위(昊天上帝位)·황지기위(皇地祇位) 및 태조위(太祖位)에는 임금이 친히 삼헌(三獻)을 행하고, 대명위(大明位) 및 풍운뢰우위(風雲雷雨位)에는 세자(世子)가 삼헌(三獻)을 행하고, 야명위(夜明位) 및 동남북서해(東南北西海), 악독 산천위(岳瀆山川位)에는 영의정(領議政) 정인지(鄭麟趾)가 삼헌을 행하였는데…"


 

《세조실록》6권, 3년(1457)에 나오는 기록으로, 세조가 면복을 갖추고 환구단에 제사를 올렸다는 내용입니다. 환구단이 맨 처음 설치되어 제사를 드린 것은 고려 성종 2년(983) 정월이었는데 이후 설치와 없애기를 계속 되풀이하다가 세조 2년(1456)에는 일시적으로 제도화하여 1457년에 환구단을 설치하고 제사를 드리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세조 10년(1464)의 제사를 마지막으로 환구단 제사는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다 환구단이 다시 설치된 것은 고종 34년(1897) 조선이 대한제국이라는 황제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고종이 황제로 즉위하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이 제단은 1913년 조선의 근거를 없애려던 일제에 철거되고 이듬해 그 자리에 조선호텔이 들어서면서 축소되었으며, 지금은 환구단의 부속건물인 황궁우와 석고(돌북) 그리고 아치 세 개가 있는 석조대문만 보존되어 조선호텔 경내에 남아 있습니다. 12월 11일은 세조가 환구단을 새롭게 조성한 날입니다. 이제 그 흔적은 없어졌지만 우리 겨레의 바탕이랄 수 있는 환구단의 의미는 다시 새겨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