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들은 가끔 동티가 난다고 했습니다. 특히 보은군의 풍습을 보면 못을 잘못 박거나 물건을 잘못 들이면 동티(동토)가 난다 했습니다. 집안 식구들이 까닭 없이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면 무당에게 찾아가서 동티가 났는지 알아봅니다. 그때 고추를 태워서 매우면 동티가 나지 않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동티가 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무당은 굿을 해서 동티를 잡아줍니다. 급하게 동티를 잡기 때문에 금줄을 치거나 떡을 하지 못합니다. 장을 보러 갈 시간도 없어서 집안에 있는 간단한 음식으로 밥, 나물, 포, 탕국 따위의 제물을 준비합니다. 이 제물이 준비되면 무당이 굿을 하는데 짧게는 하루 저녁, 길게는 사흘 밤낮으로 합니다. 그러고 나면 환자가 깨끗이 낫는다고 믿습니다.
그런가 하면 보은군에는 “해물리기” 또는 “뜬귀물리기”라는 풍속도 있습니다. 상가에 다녀온 사람이 시름시름 아프면 “뜬귀 들렸다.”라고 합니다. 이때 된장국을 끓여서 환자의 머리카락을 세 번 넣고, 환자에게 침을 세 번 뱉게 합니다. 그리고 칼로 방문과 대문을 십자(十) 표시로 긁는데 십자 표시여야만 귀신이 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삼거리에 나가서 바가지를 던지고 칼을 내던집니다. 또 몸에 두드러기가 나면 환자 집 뒷간 지붕의 짚을 뽑아 불을 놓아서 환자에게 그 연기를 쐬게 하고 소금을 뿌리면서 짚으로 쓸어주는 “두드러기 잡기”라는 것도 있었지요.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 사람들에겐 어쩔 수 없는 처방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섣달그믐께가 되면 사람들은 올해엔 동티난 적이 없는지 되돌아보며 묵은해를 되돌아보곤 했습니다. 이를 미신이라 치부하기 보다는 정겹던 풍습 같아 새삼 관심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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