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의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김광균의 ‘설야(雪夜)’ 일부입니다. 겨울이 되면 내리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눈 종류를 알아볼까요? 언젠가 서울엔 풋눈이 내렸지만 인제에는 잣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풋눈은 초겨울 들어서 약간 내린 눈을 말하고 잣눈은 한 자(약 30cm)만큼 많이 내린 눈을 이릅니다. 이 잣눈보다 더 많이 온 눈은 길눈입니다. 거의 한 길이나 되도록 엄청나게 쌓인 눈을 이야기하지요. 길은 보통 어른 한 사람의 키를 말합니다.
밤사이에 몰래 내린 눈은 도둑눈, 눈이 와서 덮인 뒤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눈은 앞가지(접두어) ‘숫’을 붙인 숫눈,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온 눈은 자국눈, 폭우처럼 엄청나게 내리는 폭설은 소나기눈(소낙눈)입니다. 또 설에 오는 눈을 상징적으로 이르는 설밥, 물기를 머금어 쩍쩍 달라붙는 눈송이는 떡눈, 조금씩 잘게 부서져 내리는 눈은 가랑눈, 눈이 내리면서 찬바람이 몰아치는 것은 눈설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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