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46. 장가가고 시집가는 우리의 전통혼례

튼씩이 2016. 3. 17. 14:26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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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3. 17.



이제 바야흐로 꽃이 흐드러지고 혼례철이 돌아 왔습니다. 우리 전통의 혼례 절차는 혼례를 준비하는 단계, 혼례 당일의 예식, 혼례 예식 뒤의 마무리로 나눌 수 있지요. 그 가운데서 당일 예식은 크게 전안지례, 교배지례, 합근지례가 있습니다. 먼저 초행(醮行)이라고 하여 신랑이 여러 일행들과 말을 타고 신부집으로 갑니다. 이 때 부정을 막기 위해 신부집에 들어설 때 짚불을 넘어가기도 하지요.

이어 신랑이 신부의 혼주에게 기러기를 전하는 전안지례를 합니다. 기러기는 백년해로(百年偕老)를 기원하는 혼례의 성스러운 약속을 상징하지요. 신부집에서는 기러기를 맞이하기 위해 전안상을 차리고, 신랑은 전안상에 기러기를 놓고 공손히 절을 올립니다. 이어 신부의 어머니는 기러기를 치마에 조심스럽게 안고, 기러기를 신부방에 던지며, 이를 통해 아들을 낳을지 딸을 낳을지를 점치기도 하는데 기러기가 똑바로 놓이면 아들입니다. 혼례에 기러기를 쓰는 것은 기러기가 암컷과 수컷이 일부일처제를 이루며, 심지어 상대가 죽어도 다시 배우자를 찾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안례가 끝나면 신랑과 신부가 부부의 예로 절을 하는 절차인 교배지례를 하지요. 잘 차려 입은 신부가 나오면, 드디어 마주 서게 된 둘 사이에는 교배상이 차려지는데 여기에는 촛대, 소나무, 대나무, 꽃, 닭, 쌀, 밤, 대추, 술잔 따위를 놓습니다. 이들은 가정의 화목을 빌고, 떡두꺼비 같은 아이들을 낳아 정승판서를 시키라는 소망을 나타내는 상징이지요.

이어 신랑과 신부가 술을 나누어 마셔 부부일심동체가 된다는 합근지례입니다. 그런데 서로 절을 올리고, 술을 나눠 마시는 절차는 중국의 예식과 다른 이전부터 내려온 우리만의 독특한 풍습이지요. 중국의 혼례식이 남성 중심인 것에 견주어 우리의 예식 절차는 여성을 중심으로 하거나 동등한 위치를 강조한 측면이 많이 발견됩니다. 장가가는 것만 있는 결혼식보다는 장가가고 시집가는 것이 함께 있는 우리 혼례식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옛 얼레빗 (2012-03-19)


2271. 백제인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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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탑정동 영묘사터에서 출토되어 “신라인의 미소”로 알려진 “얼굴무늬 수막새”를 모르는 분은 별로 없습니다. “눈가에 주름이 지고, 입 언저리 양끝이 살짝 올라간 모습, 두툼한 볼은 당시 신라인의 온화하고 여유로운 삶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백제인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부여 관북리 백제 왕궁터로 추정되는 유적에서 발견된 “사람얼굴무늬토기조각[人面文土器片]”을 보면 검은색 표면에 사람얼굴무늬가 연속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현재 깨진 조각만 남아 있어 전체를 알기 어렵지만, 눈코입 따위가 섬세하게 그려진 얼굴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관심을 끕니다. 이 토기조각의 얼굴을 살펴보면 약간 처진 눈에 두툼한 입술을 하고 시름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으며 수염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백제의 장년 남성 모습일 것이라고 합니다.

관북리에서 출토된 얼굴무늬토기조각은 백제 불상과 부여 구아리에서 나온 흙으로 만든 인물의 머리부분, 도깨비 얼굴모양 꾸미개와 함께 백제인의 모습을 짐작게 해주는 유물이지요. 문화예술이 크게 발전했던 백제지만 그 유물들은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관북리에서 출토된 유물은 백제인의 얼굴을 그려볼 수 있는 아주 값지고 소중한 유물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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