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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보물이 된 암행어사 일기, 박만정의 《해서암행일기》

튼씩이 2016. 4. 1. 07:37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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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4. 1.



“암행어사(暗行御史)”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조선 시대에, 임금의 특명을 받아 지방관의 치적과 비위를 탐문하고 백성의 어려움을 살펴서 개선하는 일을 맡아 하던 임시 벼슬”이라고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암행어사들은 판소리 <춘향전>에서 만나는 이몽룡과 실존인물 박문수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 온갖 이상 기후로 흉년이 극에 달한 숙종 때 황해도 암행을 하고 쓴 글 《해서암행일기(海西暗行日記)》의 지은이 박만정(朴萬鼎, 1648∼1717)도 있습니다.

“백천군수 이동형은 부임 초기에는 제법 유능하다는 평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열여섯 방의 부유한 백성 300여명을 초청해 소를 잡고 주연을 베풀었는데 여러 사람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직접 잔을 들어 손님들에게 권한 뒤에 몇 순배 잔이 돌아가자 손님들에게 자신들이 상납할 곡물 수량을 쓰도록 했습니다. 그 가운데 쓴 수량이 많은 것을 기준으로 삼아 이보다 한 섬이라도 모자라면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중간 줄임) 가난한 백성에게 무상의 양곡도 아주 불공평하게 지급해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이나 몹쓸 병에 걸린 사람은 구호 대상자 명부에서 누락되고 향촌의 양반으로 작은 권세만 있으면 모두 구호대상자 명단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박만정은 모두 60여 일 동안 황해도 일대를 암행하면서 체험한 일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놓았는데, 각 고을 수령들을 패악한 행위와 고통스러운 백성의 삶도 낱낱이 기록해놓았지요. 현재 문헌상으로 확인된 암행어사 일기는 박만정의 일기를 포함해 대략 15종인데, 그중에서도 《해서암행일기》는 보물 574호로 지정되었을 만큼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습니다. 내용은 전문 61장 가운데 일기부분이 32장이고 임금에게 올리는 보고서인 서계단자가 19장, 박만정이 명을 따를 것에 대한 비변사의 의견을 기록한 것이 4장 등입니다.

옛 얼레빗 (2012-04-03)


2280. 운주사 누워있는 부처님, 일어서면 좋은 일 생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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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천불산(千佛山) 자락에는 운주사(雲住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운주사(運舟寺)라고도 하는데 이 절은 도선(道詵)국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며 1481년에 펴낸 ≪동국여지승람≫에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으며 절 좌우 산에 석불 석탑이 각 일천 기씩 있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운주사에서 가장 크게 눈길을 끄는 것은 수많은 석불과 석탑 가운데 누워있는 부처님 모습입니다. 운주사 “와불(臥佛)”은 길이 12m, 너비 10m의 크기로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누운 부처님 주변을 한 바퀴 돌아 친견할 수 있습니다. 대관절 이 부처님은 왜 이렇게 누워계실까요?

전설에 따르면 도선국사가 하늘나라의 석공들을 동원하여 하루낮 하루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만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천불천탑을 만드는 도중 국사를 모시던 동자승 하나가 밤새도록 노스님을 모시다가 쉬고 싶은 생각에 그만 닭울음 소리를 흉내 내어 날이 샌 것처럼 했다고 합니다. 이때 모든 불상과 탑이 완성되었고 마지막으로 와불의 완성만을 남겨 놓았는데 그만 닭 우는소리에 하늘나라 석공들이 일을 멈추고 모두 하늘로 가버려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당시 말썽을 피운 동자승은 머슴부처가 되어 영원히 와불을 지키는 벌을 받게 되었다지요.

전설에 이 불상을 일으켜 세우면 세상이 바뀌고 1,000년 동안 태평성대가 계속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운주사 누운 부처님을 만나는 분들은 한결같이 말없이 누워 하늘을 향하고 계신 부처님이 한번 일어나셨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됩니다. 운주사에는 이 밖에도 토속적인 얼굴의 수많은 불상과 탑들이 드넓은 경내에 산재해 있어 화순의 고인돌군과 더불어 꼭 한 번 들려 볼만한 화순의 대표적인 절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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