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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전체가 바람을 따라 흔들릴 정도로 작고 여리며, 바람처럼 일찍 피었다가 바람처럼 빨리 사라지는 꽃을 아십니까? 이름하여 바람꽃입니다. 잔설이 채 녹지 않은 이른 봄에 차갑게 얼어붙은 땅을 비집고 올라와 봄을 맞이하지요. 바람꽃은 종류도 꽤 많은 것처럼 생김새도 각양각색인데 여성스럽고도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성품을 잔뜩 지녔다고 말들 합니다.
전북 변산반도 일대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땅이름이 그대로 꽃이름이 되어버린 변산바람꽃, 겨우내 쌓였던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이 꽃이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게 되면, 비로소 그 해의 봄은 시작됩니다. 기후온난화의 영향에 따라 변산바람꽃은 점점 북상하여, 이제는 중부 이북에서도 속속 발견이 되지요. 그밖에 바람꽃 자매로는 너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동이바람꽃, 꿩바람꽃, 만주바람꽃, 회리바람꽃, 들바람꽃, 숲바람꽃, 태백바람꽃, 나도바람꽃, 남바람꽃, 세바람꽃, 쌍동이바람꽃, 외대바람꽃, 긴털바람꽃, 가래바람꽃 따위가 있습니다.
바람꽃 종류들의 속명(屬名, 생물의 분류에 있어 과-科와 종-種 사이에 붙여지는 이름)은 ‘아네모네’(Anemone)인데, 그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옵니다. 옛날 꽃의 신 플로라에게는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시녀 아네모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그 아네모네를 그만 사랑하게 되었고 이를 알게 된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멀리 내쫓아버렸지요. 하지만 제피로스는 바람을 타고 그녀를 곧 뒤쫓아 가 둘은 깊고 뜨거운 사랑에 빠졌는데 플로라는 질투에 불탄 나머지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후 제피로스는 해마다 봄이 오면 늘 따뜻한 바람을 보내어 아네모네를 아름답게 꽃피운다는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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