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61. 절벽에 새겨진 4m “개령암터마애불상”

튼씩이 2016. 4. 8. 18:58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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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4. 7.



남원에 가면 바위에 새겨진 12구의 불상이 있습니다. 보물 제1123호로 지정된 “개령암터마애불상무리”가 바로 그것이지요. 지리산 정령치(鄭嶺峙)에 연이은 고리봉 아래 개령암터 뒷 절벽(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산215)에 새겨진 이 마애불상 무리는 12구의 불상 가운데 3구는 비교적 잘 남아 있지만 6구는 닳아서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4m나 되는 불상은 조각솜씨도 가장 뛰어난데 두드러진 얼굴은 돋을새김[부조, 浮彫]으로 유달리 큼직한 코를 가졌습니다. 대신 옷주름은 선 처리를 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고려마애불의 수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듬직한 체구의 다부진 이 불상은 차라리 부처님이라기보다는 그 옛날 용맹했던 장군을 떠올리게 되지요. 실제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은 이 불상을 마한의 옛 장수라 믿었다고 합니다.

이들 마애불상 무리는 절터를 둘러싼 높은 절벽 면에 무리를 이루면서 자리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전(世田)”, “명월지불(明月智佛)” 같은 글씨까지 새겨져 있어 고려시대 불상양식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됩니다. 울퉁불퉁한 자연암벽에 새겨져 조각 자체도 고르지 못한 것은 물론 9기의 불상은 심하게 닳기까지 했지만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 가운데는 규모가 큰 것입니다.

옛 얼레빗 (2012-04-11)


2285. 버선장은 버선만 넣어두는 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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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물건을 쉽게 찾아 쓸 수 있도록 머리맡에 놓고 쓴다고 하여 “머릿장”이라고도 부르는 “버선장”을 아시나요? 물론 버선장은 버선을 넣어두는 장입니다만 버선만 넣어두는 것은 아니지요. 특히 버선장이라 하면 안방에 두는 것으로 장농을 작게 만든 것 같은 귀엽고 아름다운 형태인데 무늬가 고운 물푸레나무나 채색이 아름다운 화각(華角)·수(繡)·자개 따위로 치장하지요. 애기장이라고 부르는 버선장은 안주인의 일상용품 곧 이불 ·요 ·베개를 얹거나 반짇고리를 얹어두기도 합니다. 또 버선장 서랍에는 가위 ·실패 ·골무 ·실 따위도 넣어두고 썼지요.

대신 사랑방에 있는 머릿장은 안방의 버선장과 달리 몸체가 단아하며, 단층 정사각형에 문짝이 하나 혹은 두 개가 위아래로 있고 서랍이 윗부분에 두세 개가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밖에 장 위에 두루마리 개판(蓋板) 곧 양끝이 번쩍 들려 마치 두루마리를 편 것 같이 보이는 널빤지를 댄 경축장(經竺欌)이라는 것도 있지요. 경축장은 호족형(호랑이 다리 모양) 다리가 대 마디[竹節形] 조각과 풍혈장식(風穴裝飾, 가장자리를 돌아가며 잘게 새겨 붙이는 꾸밈새)으로 묵직한 운치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개판 위에는 필통 ·연적 ·서류함 같은 것을 올려놓습니다.

참고로 농과 장은 각층이 분리되냐 하나로 붙어 있느냐의 차이로 나뉩니다. 곧 장은 농과 달리 층이 나뉘지 않고 여러 층이 있어도 하나로 붙어 있습니다. 대신 농은 각 층이 나뉘는 형태인데 주로 옷가지를 넣어두는 수납가구입니다. 농은 원래 버들이나 싸리, 대나무 같은 것들을 엮어 만들고 겉과 속에 종이를 바른 자그마한 가구를 말하는 것이었지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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