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과 달, 해에 관한 말들을 살펴보자.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는 시인 원재훈이 낸 책의 제목이다. 맞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다. 이런 식으로 오늘은 내일의 어제, 오늘은 모레의 그저께, 오늘은 또 그저께의 모레, 내일은 어제의 모레, 내일은 모레의 어제, 어제는 그저께의 내일, 어제는 내일의 그저께… 끝없이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표를 보자.
어제와 안날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어제는 ‘오늘의 바로 전날’이고, 안날은 ‘(오늘이 아닌) 어떤 날의 바로 전날’을 가리킨다. 지난달과 안달, 지난해와 안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내달과 이듬달의 관계를 살펴보자. 내달은 ‘이달의 바로 다음달’이고, 이듬달은 ‘(이달이 아닌) 어떤 달의 바로 다음달’이다. 마찬가지로 내년은 ‘올해의 바로 다음해’이고, 이듬해는 ‘(올해가 아닌) 어떤 해의 바로 다음해’를 뜻한다. 다만 ‘(오늘이 아닌) 어떤 날의 바로 다음날’은 이듬날이 아니라 이튿날이라고 한다. ‘다음 날’이 아닌 ‘다음날’은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어떤 날’을 가리킨다. 다음날은 그렇다 치고 다음달이나 다다음달이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사전에는 다음달 대신 내달 · 새달 · 훗달 · 내월 · 후월, 다다음달 대신 내내월 같은 낱말들이 실려 있는데, 내 주변에 “다다음달에 만나자” 하는 사람은 있어도 “내내월에 보자”고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안날 (명) 바로 전날.
쓰임의 예 – 수난녀는 보름 안날 저녁에 지은 오곡밥을 한 숟가락씩 줘 보냈다. (오유권의 소설 『대지의 학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이듬달 - (이달이 아닌) 어떤 달의 바로 다음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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